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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사례

"'놀이'는 아이들의 삶" 비대면 시대에 아이들과 '건강한 놀이' 하는 '파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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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층은 아이들이다. 비대면으로 학교가 멈추고 그 나이에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 공동체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의 장벽을 넘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여 아이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파란나라'를 만났다. 파란나라의 한기철 간사는 2007년부터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에 속해 어린이들을 만나온 '놀이하는 사람'이다. 사회복지와 교육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국내외 타문화권 아이들을 만나 놀이하고, 선교하는 '파란나라'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기관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도자를 양성했으며 현재는 재소자 자녀들을 만나 놀이하고 삶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도 있다. 파란나라가 말하는 건강한 놀이, 아이들과 만나는 접촉점으로서의 놀이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출처: 파란나라
 

Q. 파란나라는 왜 ‘놀이’를 강조하나요?

파란나라가 놀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놀이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삶에 관심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면서 그들 삶에서 놀이를 빼앗고 교육만 들이붓는 것은 모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놀이’는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 접촉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존재 방식이 놀이이며 아이들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놀이입니다. 아이들을 어른들의 세계로, 우리의 프로그램으로 데리고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삶의 현장에서 만나길 원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하나님이 놀이하시는 하나님이시기에 놀이를 강조합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놀이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았고, 하나님이 놀이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우리 역시 놀이하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토론토 한인교회 줌놀이 교사 교육 진행하는 모습. 출처: 파란나라
 

Q. 하나님이 놀이하는 하나님이시라고 말씀하셨는데, 성경에서도 이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나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하나님의 ‘창조’를 들 수 있습니다. 진짜 놀이는 노는 사람이 기뻐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건 놀이라고 할 수 없죠. 하나님의 천지창조에서도 놀이의 본질 속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억지로 일하시는 것이 아닌, 하나님이 기뻐서 스스로 이 세상과 사람을 창조하셨습니다. 또한 지으신 후에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라고 말씀하신 것에서도 놀이의 자발성, 즐거움, 자유성을 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 1장 26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 세 분이지만 한 분으로 일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놀이에서도 역시 이런 공동체의 속성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파란나라
 

Q. 건강한 놀이, 크리스천다운 놀이를 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이 있나요?

놀이의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어떤 가치와 태도, 마음으로 놀이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놀이는 무리, 집단에서 이뤄지는 활동입니다. 잠깐 하는 것이지만 시작과 끝이 있는, 임시 공동체가 형성되는 활동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그 짧은 시간 동안 형성된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인 다운 문화가 보여지느냐에 주목해야 합니다. 서로 경쟁하고 분쟁하고 나누어지게 하는 놀이는 그리스도인 답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다운 놀이를 하기 위해 파란나라가 말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놀이의 결과로 1등과 꼴등을 나누지 않는 것입니다. 놀면서까지 줄 세우기 식으로 경쟁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의 놀이에서는 결과에 따른 보상과 벌칙이 주어지는 것이 굉장히 보편적이지만 이는 놀이의 본질을 망치고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을 빼앗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 간의 관계가 깨어지기도 하고요. 경쟁과 보상과 벌칙이 있는 놀이는 아이들의 문화를 깨뜨립니다.

놀이에서 걸린다면, 혹은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된다면 벌칙 대신에 다 같이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을 하는 규칙을 만들면 좋습니다. 겨울에 캠프를 할 때는 마지막까지 남은 2명이 ‘밖에 나가 차가운 계곡 물에 세수하고 들어오기’처럼 함께 할 수 있고 걸린 아이들도 다같이 웃고 지나갈 수 있는 규칙을 세웠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놀이를 하기 전, 집단의 약속을 세우는 것입니다. 놀이는 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약속을 스스로 동의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키라는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동의할 때 아이들은 책임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파란나라의 놀이 약속은 아래 세 가지입니다.
1.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자
2. 시간 약속과 놀이 규칙을 지키자
3.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대해주자

 

파란나라는 기쁨과 배려가 있는 놀이, 놀이로 인해 아이들이 나눠지거나 깨지지 않는 놀이를 추구한다. 출처: 파란나라
 

Q. 놀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하나님 나라 확장된 것은 하나님만 아시기에 명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 파란나라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한 가지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청소년과 놀이문화 연구소라는 곳에서 간사로 활동할 때의 일입니다. 연구소에서 방학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일주일 간 캠프를 진행할 때였어요. 저는 선택활동으로 '노동반'을 개설해 아이들과 화로도 만들고, 모닥불도 피우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함께 활동하던 아이 중 A라는 친구가 나눔 시간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어요. 그런데 같은 모둠의 친구들이 쉬는시간저에게 와서 'A가 어제 아픔을 나눠주었는데 이 친구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싶다'라는 제안을 먼저 해주었어요. 그래서 '무얼 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A를 위해 노래를 만들어 불러주기로 했습니다. 캠프에서는 마지막 날 밤 축제를 하면서 일주일동안 선택활동에서 한 활동도 발표하고, 연극도 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에 만든 노래를 불러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A가 상처 받지 않도록 누구를 위해 만들었다고 밝히지 않고 노래를 발표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저희가 만든 노래가 '모닥불'입니다.

 

짧은 노래이지만 친구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고, 그 짐을 함께 져주는 모습을 보며 이 공동체에, 이 아이들 가운데 하나님이 임재하신다는 걸 느꼈습니다. 성경에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이들 가운데에 말씀이 이뤄지는 것, 함께 사랑으로 공동체원의 아픔을 감당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미디어 세대, 코로나 세대의 ‘건강한 놀기’에 대한 진단,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건강한 놀이가 있다면 건강하지 않은 놀이도 있다는 것이겠죠. 특히 어딜 가든 미디어에 쉽게 노출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진짜 놀이와 가짜 놀이를 분별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1. 진짜 놀이는 ‘놀면 놀수록 건강해지는 놀이’, 가짜 놀이는 ‘놀면 놀수록 해로운 놀이’
요즘 아이들일수록 미디어를 일찍, 깊게 접하게 됩니다. 미디어에 노출되고 심하게는 매몰되면서 아이들이 병들고 관계 맺을 줄 모르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과연 미디어가 놀면 놀수록 건강해지는 놀이일까요? 저는 미디어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놀이 안에 진짜 내가 있는가
그런 관점에서 요즘 나오는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실에서 이야기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메타버스에는 춤도 추고 하는 모습들, 가상의 공간에서라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 모습이 진짜 자기의 모습일까요. 거짓 자아에 속아 진짜 나의 모습,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 안에서 진짜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나를 빚어가시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놀이가 건강한 놀이입니다.

USIS국제학교에서 '놀이와 공동체'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 GOODTV
 

 

코로나로 아이들과 대면하는 게 어려워지고, 줌을 통해 놀이를 하고 있지만 이게 진짜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대면 시대일 수록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가상세계에서 끄집어 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 속에서 누릴 만남과 사귐의 기횔를 더 만들어갈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어른들의 고민해야할 바입니다. 그 예시로 줌을 통해 가정 단위로 놀이를 진행하면 전체는 비대면이지만, 아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부모님과 대면의 관계를 맺으며 놀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놀이의 관점에서는 분별해서, 제한적으로 비대면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놀이는 존재입니다.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리라'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내가 어떤 놀이를 하느냐'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있음으로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즐겁고 행복을 느낍니다. 파란나라가 아이들에게 궁극적으로 돌려주고 싶은 놀이는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누리는 놀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입니다.

2020년 9월 진행했던 저서 '슬기로운 집콕놀이 101'의 온라인 수다
 

Q. 파란나라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국내외 타문화권과 다음세대 선교를 위한 전문인 놀이 선교 현장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그래서 이를 위한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파란나라의 비전이 그들에 의해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놀이로 말하면, 온 세상이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놀이터가 되는 것이 파란나라의 비전입니다. 모든 다음 세대들이 하나님과 진짜 놀이하는 관계를 맺는 것, 하나님과 참된 만남과 사귐을 가지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글| 한주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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