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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칼럼

‘안정감’주는 조직 만드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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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과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지인에게 책을 선물 받았다. <빌 캠벨, 실리콘 밸리의 위대한 코치>

코칭에 도전하고 있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해준 책이다.  책에 "여행보고서로 시작하라"는 챕터가 있다. 한 기업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이었는데, 매주 월요일에 하는 회의의 시작을 주말에 다녀온 여행, 취미 생활, 가족들과의 에피소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한다고 한다. 

비공식적인 여행 보고서를 왜 쓰냐고? 나와 일하는 사람이 그저 동료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사적인 영역의 대화를 나누면서 친밀감과 신뢰를 높인다는 것이다. 

나는 17년간 대기업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회사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건데 왜 우리는 서로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가에 대한 생각이 자주 들었다. 관리자가 하드워커일수록 분위기는 매우 삭막했고, 코로나로 회식조차 하지 않으면서 진짜 "일" 이야기 말고는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꼈다.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건 의외로 작은 디테일이다. 

관리자였을 때, 나는 팀원들에게 시덥지 않은 질문을 자주 했다. 

"뭐 재미있는 일 없어요? 주말에 뭐했어요?" 

오후에 나른해지고 졸릴 때 쯤 되면 커피 한잔 들고, 옆자리에 슬쩍 앉아서는 물어보곤 했다. 처음에는 왜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고 해도 상사가 작정하고 옆에 앉아서 갑자기 재미있는 일 타령이니 이상하기도 했을 거 같다.

첫 1~2주는 "뭐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게 있나요. 특별한 게 없어요." 라고 대부분 말한다. 그런데 한달 정도 꾸준히 하면 이 질문을 하러 가면 자세부터 고쳐 앉는다.

그리고 주말에 딸아이와 여행을 간 이야기, 식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친구와 본 영화 이야기. 별 거 아니지만 본인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들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들이 생기면 이건 파트장님이 물어보면 이야기해줘야지. 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의도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혼자 살아서 그런지 쉬는 날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주말이나 재밌는 일이 궁금하기도 했다.

관리자가 업무 시간에 사무실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부담없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스몰토크를 시작한다. 15~20분정도?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일할 때는 하고, 그냥 좀 편안할 때는 편하기도 하니까 단지 일만 하는 동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유대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요즘 리더십과 리더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단연 자주 발견되는 키워드는 "안전감"이다. 내부에 적이 있고 팀 킬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곳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는 없다. 리더인 나 빼고 안전할 수도 있기는 있다.

그들끼리 나를 공공의 적으로 두고 똘똘 뭉칠 수 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결속은 쉽게 무너진다. 의사 결정권자를 적으로 둔다는 건 많은 위험을 안고 가야 하니까 내부에 안전함이 지속될 수는 없다. 언제든 누구든 배신을 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으니까.

리더에게 필요한건 소소한 디테일이다. 일을 잘하라고 채찍질하고 납기와 목표를 정해주는 것만이 리더의 역할이 아니다. 그 조직이 사람이 일하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우리는 서로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는 안전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평등한 조직이 이상적일 수는 있지만 관리자, 리더가 필요한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닐까? 

글/양문진 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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