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성현 기자
자영업자에게 발생하는 '노쇼'피해...연말이 다가오는 요즘 피해 사례 잇따라 발생
모든 거래와 예약은 계약이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인식 정착되어야
최근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방영한 후, 2010년대 초반 이후 다시금 ‘셰프’와 ‘파인 다이닝’이 트렌드 키워드로 떠올랐다. 해당 방송에 출연한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온라인 예약 또한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등 종영한 지 두 달이 되어가는 현재에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그런데 이와 함께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바로 노쇼(No-show) 현상인데, 식당 혹은 상점을 방문 예약한 후 방문 당일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채 자취를 드러내지 않는 수법이다.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사회적 문제이지만, 최근 ‘흑백요리사’의 인기와 더불어 그 빈도가 더욱 늘어나는 중이라고 한다. 연말을 앞둔 가운데 단체 예약이 늘어나면서 대량 예약 후 노쇼도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이 노쇼하거나, 군인을 사칭한 후 노쇼하는 사례도 잇따르는 등 그 수법이 점차 진화하며 자영업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이러한 사건들이 조명받고 있는데,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는 “스콘 50개, 피낭시에 50개, 아메리카노 25잔, 딸기 라떼 25잔의 주문을 받고, 손님 측에서 곧 도착한다고 한 뒤 차단당했다”며 노쇼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정선군청 공무원이 서울의 고깃집에 40인분을 예약한 뒤 노쇼하고, 전북 김제의 한식당에서는 공무원 40여명이 40인분의 식사를 예약한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공무원마저 노쇼를 저질러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군인을 사칭하여 노쇼한 사례도 존재하는데, 지난 14일 인천 영종도의 식당에서는 신원 미상의 A씨가 군 간부를 사칭하고 단체 주문을 예약한 뒤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 셰프들도 노쇼 피해를 겪었는데, 최현석 셰프는 과거 SNS에 “우리 레스토랑에는 거의 매일 같이 노쇼가 발생한다”면서 음식과 테이블 준비에 쏟은 정성이 무시당하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노쇼는 음식점에 국한되지 않고 B2C 형태의 모든 사업체에서 벌어질 수 있다. 결혼식장 혹은 장례식장에서 각각 예비 부부와 상주에게 방문을 약속한 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음식이 남아 피해가 발생한다. 미용실 혹은 네일샵과 같이 예약 시스템 등을 통해 30분 단위로 예약을 받은 후 후불결제로 진행되는 방식의 상점의 경우는 노쇼가 발생하면 그 시간의 수익이 아예 사라진다. 지난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발생한 각종 노쇼로 발생하는 손해가 한 해 약 4조 5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계에서는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노쇼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업주용 예약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테이블매니저’에서는 예약 문의 전화가 오면 과거 노쇼 기록에 근거하여 고객의 노쇼 위험성을 구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에서도 ‘오픈테이블’이라는 앱에서 노쇼족에서 최대 200달러의 위약금을 청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은 10만 원, 국내선은 8천 원의 위약금을 부과하며, 여타 항공사도 노쇼가 되면 마일리지 적립 등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철도공사에서도 승차권 구매 후 탑승하지 않을 시 코레일톡 앱에서 승차권 반환을 불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다.
또한 노쇼로 인해 의료업계 등에서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진료비 선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 간 중고거래에서도 거래 성사 이전에 예약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 문제는 법적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론상으로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 음식 재료값과 서비스 준비에 들어간 추가 비용, 노쇼로 인한 기회비용 등도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 자영업자는 고충이 늘어난다.
업계 전문가들은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인다. 표준계약서를 도입하여 1인당 평균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노쇼 방지를 위해 '5계명'이나 '10계명' 같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노쇼는 단순한 약속 파기를 넘어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도출되는 시사점은 비즈니스는 일상의 어느 순간에나 존재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예약 후 방문하는 여러 형태의 상점이나, 예약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이용하거나 구매하는 모든 형태의 거래는 곧 계약이다. 모든 사업체는 이용자에게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우리는 그 대가를 돈으로 지불한다.
특히 예약 후 방문은 서비스 공급자 측에서는 더더욱 만전을 기하여 준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예약 후 정작 그 곳에 나타나지 않으면 이는 비즈니스 속 계약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위와 다름없다. 누구든 이를 두고 비도덕적이라고 칭할 것이다. ‘비즈니스 상대’가 아닌 ‘고객과 업주’의 관계에도 동일하다. 모든 형태의 금전적 거래 혹은 예약은 곧 비즈니스라고 인식하도록 사회적으로 정착시키고,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고 간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비즈니스는 사랑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경영자와 리더들은 포함하여 비즈니스와 연관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서로를 사랑으로 대하고 소통해야 한다. 비단 경영자가 아닌 그 어떤 사람이라도 공사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대할 때 사랑으로 대해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니 노쇼 사례를 통해 고객이라는 감투가 거래 혹은 계약의 파기를 정당화하지 않고, 그 자체로 무례한 행위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그리고는 주위의 모두를 사랑으로 대해 보자.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은 고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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