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니스 사례

"현재에 집중하고 충실하면서 인재들과 성장하는 철학" 베네트랜스 강유주 대표

728x90
반응형
SMALL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가치
영상시장의 확대, 번역 업계의 사명감이 중요
트렌드를 이끄는 번역, 교육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
번역가들의 안정성을 책임지는 든든한 동반자

 

베네트랜스를 설립한 강유주 대표는 소속 번역가들이 작업을 하는 과정을 '예술'이라 칭한다. 작업의 수급부터 번역의 노력, 출고의 전반적인 과정이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베네트랜스는 소속 번역가들이 번역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안정감 있는 신뢰관계를 구축한다.

2007년 설립 이후 현재는 월트디즈니 픽쳐스에 인수 합병되면서 월트디즈니의 자회사가  된  20세기 폭스코리아의 영화 번역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디즈니 플러스를 포함한 다양한 회사의 출판,영상물 번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 영상 번역 시장의 확대로 번역 작업 수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변화하는 번역 시장의 트렌드와 OTT서비스 번역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았다.

아래는 베네트랜스 강유주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베네트랜스와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예술 전문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 대표 강유주입니다. 2007년에 출판 전문 번역 에이전시를 설립하여 사업을 진행한게 어느덧 17년이 되었고, 20세기폭스코리아의 영화들을 맡아 번역하게 된 것을 계기로 영화 산업으로도 영역을 넓혀 번역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출판 번역 뿐만 아니라 월트디즈니의  많은 영화들과 디즈니 플러스의 작품들까지 맡아서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은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하다가 영국을 다녀 온 뒤, 대학원에서 영문학 공부를 하며 번역가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라는 본업을 포기하고 번역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면서 생각의 범위가 확장된거 같아요. 책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문학을 좋아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우연히 영국 문학에 빠져서 번역된 작품들을 읽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글을 쓰던 사람이다보니 번역문장들에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직접 번역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번역과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서 새로운 분야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작가와 번역가는 같은 직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굳이 차별점을 찾자면 번역을 한다는 것은 모국어와 외국어에 대한 추가적인 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점과 고도의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Q. 베네트랜스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설립하게 되었습니까?

국내에 번역 에이전시가 정말 많아요.  그 많은 에이전시들 중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에이전시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베네트랜스만의 확실한 컬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는 바로 '사람'입니다.

실적, 이익, 성장과 같은 키워드들도 중요하지만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직원이 행복하지 않은 근무 환경에서 좋은 번역이 나올리 없고, 이런 점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이죠.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만 둔다면 오래 존속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을 이롭게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은 성장이라는 결과로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베네트랜스 홈페이지

 

Q. 예술 전문 에이전시라는게 생소한데, 번역 업무에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얻게 되는 이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번역의 종류가 다양한데, 베네트랜스는 출판, 영화, 드라마 같은 예술 영역의 번역에 특화된 기업입니다. 예술 분야의 번역을 하는 번역가들은 영업에서부터 수주, 회계업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을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번역에만 집중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타 분야의 번역가분들보다 더 짙어서 에이전시의 매니지먼트를 통해 오로지 번역에만 집중하면서 퀄리티에 더 신경을 쓰고 더 많은 작업물도 확보하기 위해서 에이전시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에이전시에서 누락이나 오탈자 등의 검수 과정을 한 번 거치는 것은 물론, 마감일 관리도 확실하게 해주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높아 궁극적으로 번역가의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2007년도부터 현재까지 책,영화 구분하지 않고 정말 다양한 작품들을 번역해 오셨습니다. 그 중 2022년 번역된 이민진 작가의 작품 파친코에 의미가 남다르신것 같습니다. 파친코 번역을 맡게 된 과정이나 번역 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간단히 말씀부탁드립니다.

감사하게도 파친코 초판과 개정판 모두를 맡게 됐습니다. 초판 때는 문학사상에서 작품 번역을 의뢰해 샘플 번역을 통해 번역을 맡게 되었고, 2018년에 초판이 출간됐습니다.

문학사상에서 판권 연장이 불발되면서 판권을 얻기 위한 출판사들의 경합이 벌어졌고, 어느 출판사에서 파친코를 품을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여러 출판사들과 언론사들의 연락이 빗발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인플루엔셜로 판권이 넘어갔는데 3개월 이내에 재출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정말 숨 막히는 3개월을 보냈습니다. 

출판사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사들에서도 상황을 알아보려는 연락들이 회사로 매일 와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고생했던 만큼 결과가 좋았고, 2022년에는 제2회 부천디아스포라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3년에는 제17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해서 보람도 큰 작품입니다.

 

 

Q. 최근 케이블 작품 번역 뿐만 아니라 OTT 작품의 번역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번역 업계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지, 또 베네트랜스가 OTT 컨텐츠의 랭귀지 사업을 공략하기 위해 더 신경쓰거나, 주의하시는 점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늘어나면서 영상 번역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 문제는 영상 번역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번역 수준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OTT의 영화나 드라마는 전 세계 동시 공개가 많아 신속한 번역이 요구되다보니 번역의 퀄리티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OTT 작품의 번역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실력있는 번역가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등의 노력을 통해 퀄리티 관리를 강화하면서 차별화한다면 OTT붐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에이전시의 운영이 후배 양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번역가가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개인 프리랜서로 작업하는 이들이 많은데 에이전시 영입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번역 출간된 다양한 장르의 책이나 영화들을 보고 번역을 해보고 싶다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이력서 중에 연락해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이력서는 그렇게 많이 만나보지 못해 늘 아쉬웠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영어 좀 하면 번역은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말씀드린 매력적인 이력서라는 것, 즉 인재를 채용하는 것의 원칙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가 '사람'이듯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해당 언어에 능통한 것 뿐만 아니라 우리말 글쓰기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번역가는 특히 더 성실함과 책임감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에 대한 열정, 성실함, 책임감, 여기에 실력까지 겸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입사지원서를 보면, 눈이 반짝여지고 당장이라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번역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Q. 베네트랜스는 국내외 다양한 작품들을 번역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외 업체의 번역을 맡기 위해 어떻게 연락을 하시는지, 작품 번역 일이 베네트랜스에게 주어지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번역 수주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회사를 알려야 해서 출판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명함을 뿌리기도 했고, 이메일로 도서 소개 자료를 보내기도 하면서 고전적인 영업 방식을 썼습니다. 그러다 실적이 쌓이며 결과물들이 나오니 굳이 영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출판사와 각종 대행사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세기폭스코리아와의 협업이후로 업계 입소문을 타면서 여러 회사들을 컨텍할 수 있었고 일을 잘 해나가다 보면 계속 가지를  뻗어나기게 되면서 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제나 20세기 폭스코리아가 합병된 디즈니 콘텐츠와 같은 큰 작업들의 번역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출판물의 경우 2007년도 부터 영상물은 2009년도부터 작업을 하신 걸로 아는데, 출판물과 영상물 중에 어떤 자료가 더 번역이 까다로운 편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번역이 더 까다롭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출판번역과 영상 번역의 차이가 분명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출판번역의 경우, 비교적 호흡이 긴 편이라서, 마감 시간에 얽매이기보다는 원문의 정확성은 물론 작가의 의도, 뉘앙스 등까지 모두 고려해 적절한 우리말로 표현하는 것에 고민을 해야합니다.

시각적인 요소가 글자로 이루어진게 대부분이다보니, 글자 하나하나에 더 신경스게 되고 퀄리티적인 측면에서 예민해집니다. 반면 영상번역은 호흡이 매우 짧아 ASAP(*as soon as possible)로 진행해야 하는 건들이 많기에 마감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업의 성격 역시 우리말 표현에 집중하기보다는 몇 자라도 더 줄이고 덜어내더라도 압축해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영상물의 교류가 성행하는 만큼 초월번역(원문의 의도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순히 뜻만 번역한 직역의 문장이 아닌 느낌까지 전달하는 의역)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OTT 작품에서 비속어를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외국의 표현을 한국식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영상 매체의 발달로 영유아/청소년 층도 영상을 접하는 빈도가 늘었는데, 비속어를 그대로 노출한다는게 불편하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번역 전문가로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초월 번역을 하려면, 글자 그대로의 표면적 의미를 뛰어넘어 현지의 최신 트렌드나 유행어까지도 반영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번역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원저자만큼이나 원작의 고통스러운 창작의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비속어가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언어 가이드 라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욕설이나 비속어는 원칙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저속한 조어나 은어, 인격 비하 표현, 이 밖에 발음이나 어감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연상하게 하는 표현도 사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직역과 의역의 차이를 고려해서 일정 기준을 세워 의미를 훼손하지 않은 형태에서 궁극적인 의미를 전달해야 합니다.

또 줄거리 전개상 꼭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정보 제공이나 의미 전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라도 사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은 너무 어릴 때부터 미디어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에게 욕설이나 비속어가 너무 익숙하게 노출되어 아이들은 이게 욕설인지, 비속어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순응하다가 알게 모르게 생활 언어의 일부가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청소년들이 비속어나 욕설 등을 사용하게 되면 어휘 능력이 감소하는 등 악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능하면 욕설이나 비속어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베네트랜스 비전과 계획을 간단히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전은 개인에게나 기업에게나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도 비전이 없으면 인생에서 성공하기 어렵고, 기업도 비전이 없다면 시장에서 사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분명한 비전은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의 비전은 좋은 인재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좋은 기업은 철학과 비전이 있는 곳이고, 그런 기업이 되어야 인재들이 그런 곳에서 일하고 인정받고 싶어 할 것이므로, 좋은 기업이 되어야 좋은 인재들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충실하면서 인재들과 함께 윈윈하며 성장해 가는 것이 베네트랜스의 철학입니다.

 

 

Q. 베네트랜스는 국내외의 다양한 인프라를 갖춰 랭귀지 분야에서 선두가 되어 후배 양성에도 힘쓰는 기업이 되고자함을 알고 있습니다. 번역일을 하는 후배들, 또는 지망생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번역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번역은 주업이 될 수도 있고, 부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포지션을 갖기까지는 한 분야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관심 분야의 폭을 넓혀서 다양한 분야의 번역을 다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번역은 모국어와 외국어, 두 가지를 전문가 수준으로 해야 하는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문학 번역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소설가의 문장력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하므로 필사도 꾸준히 하기를 바랍니다.

번역은 힘들고 고단한 작업임에는 틀림없지만, 번역을 하면서 행복하다면, 단단한 실력을 기반으로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무장해서 도전하길 바랍니다. 길은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글/김태린 학생기자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