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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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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이 감사하게 느껴졌던 유일한 순간 어느 대기업 임원의 퇴직일기 ‘철퍼덕’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까이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언제 이름이 불릴지 몰라 졸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쓰러져 계셨다. 혼자 걷다 넘어지신 듯했다. 다치신 곳이 없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우선은 일어나시도록 해야 했다. 한눈에 뵙기에도 체구가 크셔서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후미진 대기 장소를 나와 사람들이 보이는 곳까지 달려갔다. “저기요, 도와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에 한 젊은 남성분이 달려와 주었다. 짧은 시간이긴 해도 보통의 사람이라면 툭툭 털고 일어났을 시간이었다. 여전히 한 손으로 바닥을 짚어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시는 모습과 튕겨져 나간 낡고 두꺼운..
대기업 임원이 계약직 상담원이 되다 어느 대기업 임원의 퇴직일기 퇴직 후 첫 직장에 출근을 했다. 수술 후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아랫배에 통증이 있었지만 견딜 만했다. 내가 출근한 곳은 강남 모 학원이다. 말로는 상담실장이라지만 학원에 오는 고객 문의 전화를 받고, 예약을 잡아 학원 등록을 위한 커리큘럼 안내를 하며, 청소와 비품 관리, 블로그 작성의 일등을 하는 말 그대로 그저 상담 데스크 직원이다. 오래간만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제목은 '시간제 근로자 계약서'이다. 나의 급여는 국가가 정한 최저시급 수준이고, 계약서에는 내가 학원을 다니며 해야 하는 일 총 25가지, 하면 안 되는 일 총 20가지가 빼곡히 적혀있다. 퇴직 전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임원 계약서보다도 많은 분량이다. 맨 하단에 사인하고 나니 만감이 교차했다. 직업에 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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