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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례

[인터뷰] 폐방화복으로 암 투병 소방관을 구하는 119REO 이승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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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방화복 업사이클링 브랜드 119REO
일상에서 소방관을 기억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 제작
수익금 50% 공무상 상해 불승인 소방관에게 후원

 

119REO 이승우 대표

Rescue Each Other.

119REO는 서로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다. 이승우 대표는 ‘소방관이 우리를 구하듯 우리도 소방관을 구하자’라는 마음으로 방화복 업사이클링 사업을 시작했다. 방화복은 소방 현장에서 소방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주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내구연한이 지난 소방 장비를 활용해 일상에서 소방관을 기억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고, 수익금 50%를 공무상 상해 불승인 소방관에게 후원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재단과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폐방화복 새활용 문화상품 수익금 1,000만 원을 암 투병 소방관을 위해 기부했다. 

지난 3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재단과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와 업무 협약 체결 및 수익금 기부를 하는 모습(사진출처: 119REO)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2016년에 암 투병하다 돌아가신 소방관 고(故) 김범석 님의 사연을 접하면서 이분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창업 전 프로젝트 과정에서 펀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암 투병 소방관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이 대표는 이런 모습을 보고 단순히 기부금을 한 번 전달한다고 해서 소방관 공상 불승인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단발적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이 되기 위해서는 창업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119REO의 시작이다.

이어 사업이 성공할 것 같다는 뾰족한 눈을 가지고서 창업했다기보다는 암 투병 소방관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119REO 제품을 들고있는 이승우 대표와 직원

2018년부터 4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119REO 전시회에 방문해 눈물을 흘린 한 소방관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와 함께 온 관객이 1시간 가까이 눈물을 흘려서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동료 소방관이 세상을 떠나 전시 공간에 와서 추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모습을 보고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119REO 사무실에 전시돼있는 폐방화복

그러나 '암 투병 소방관의 공상을 인정받게 하자'라는 목표가 있었지만, 승소하지 못할 때마다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사업이 잘 안되면 예산을 더 쓰거나 이미지를 바꾸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지만, 소방관 공상 승인이라는 사회 문제를 위해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 암 연구 기관(IARC)이 2007년에 소방관이 직업적으로 발암 물질에 대한 노출 등으로 인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소방공무원과 그 유가족이 직업성 암 등으로 인해 낸 순직 및 공상 신청은 91건으로 이 중 38명(41.7%)은 승인받지 못했다.

우리를 구하는 소방관, 우리도 소방관을 구하자(사진출처: 119REO)

잦은 패소에 낙담하면서도 이 대표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119REO의 기부금을 받았던 소방관이 재판에서 승소해 공상 인정을 받고, 조금씩 공상 승인 사례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조금 더 근본적인 원동력에 대해서는 고(故) 김범석 소방관 아버지와의 사연을 털어놨다. 

2014년에 혈관육종암으로 세상을 등진 김범석 소방관은 7년 9개월간 구조대원 및 특수구조대원으로 근무했다. 김 소방관은 근무 형태와 유관한 병에 걸렸지만, 유가족이 소송을 통해 공상 인정을 받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대표는 김 소방관 아버지를 만나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을 때 “너네도 정말 오래 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만약에 내가 멈추면 김 소방관 유가족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고 이야기해주신 건데, 패소 때문에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느끼는 좌절감은 유가족의 힘듦에 비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소방관 아버지의 한마디 덕분에 이 대표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119REO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제품(사진 출처: 119REO)

마지막으로 사업을 하는 경영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ESG 경영’을 강조하며 “경제적인 관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지구가 살아야 미래 세대 그리고 또 미래의 내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소방관이 우리를 구하듯 우리도 소방관을 구하고, 지구가 우리 삶의 터전이 돼준 듯 우리도 지구를 구하는 세상을 꿈꾸는 듯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가치는 119REO만의 무기다. 

 

글/ 정수빈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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