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이후 7년만에 최저치로 하락
제주를 이탈한 많은 여행자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강원을 선택
제주도 여행의 ‘관심도’, ‘계획 점유율’, ‘방문 점유율’이 계속 줄고 있다. ’23년 이 지표들은 코로나 이후 제주도 여행이 절정기였던 ’21년의 60~70%대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조사 이후 최저치까지 가라앉았다. 관광 제주가 추락하고 있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5년부터 수행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에서 ’17년 이후 제주 여행의 ‘관심도’, ‘계획 점유율’, ‘방문 점유율’의 추이를 연도별(’24년은 1~5월)로 비교했다. △관심도는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작년보다 ‘커졌다’ 비율 △ 계획 점유율은 앞으로 3개월 내 지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 비율, △방문 점유율은 지난 3개월 내 지역 방문 경험자 비율이다.
’23년 주요 여행지표 사상 최저…’24년도 불안
’23년 여행소비자의 제주도에 대한 ‘관심도’는 46%, ‘여행 계획률’은 13%, ‘여행 경험률’은 9%였다[그림1]. 해당 지표 조사가 시작된 ’17년 이후 7년만에 일제히 최저치로 하락했다. 코로나 발생 후 급등해 ’21년(관심도는 ’22년) 찍었던 최고치 64%, 22%, 12%에 비하면 3~4분의1이 빠져나간 셈이다. 단 2년 사이 나타난 일임을 고려하면 ‘추락’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현재 추세로는 올해(’24년)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 이전부터 여행지표 이미 하락세
지난 7년간 ‘관심도’, ‘계획 점유율’, ‘방문 점유율’의 세 지표는 거의 같은 모양으로 변해 왔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여행코로나지수(TCI, Travel Corona Index)’로 비교하면 모든 지표가 17년을 기준으로 매 2년간 감소-증가-감소를 되풀이해 온 것을 알 수 있다[그림2]. 등락 폭이 가장 큰 것은 ‘관심도’였고, 이어 ‘계획 점유율’ ‘방문 점유율’ 순이었다. 우선 가보고 싶은 마음이 넓게 형성돼야 그 중 일부가 갈 계획을 세우고, 다시 그 중 일부가 실제 여행하게 되는 당연한 전개를 보여준다.
주목할 부분은 ’17년~’19년의 하락세다. 3개 지표 모두 코로나 이전 2년간 이미 하락해 왔음을 볼 수 있다. 이 결과는 제주 여행의 침체가 ’21년 코로나 성수기의 미흡한 대응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17년 또는 그 이전부터 진행된 하락의 연장선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참고. 제주도, 여름휴가지 만족도 7년 연속 1위…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조사 결과를 ’24년(1월~5월)으로 연장해 보면 하락세가 다소 둔화되는 것이 아닐까 전망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4년을 1분기(1~3월)와 2분기(4~5월)로 나눠 보면 비관적이다(참고. 월간 국내·해외여행 동향 보고_5월). ‘관심도’와 ‘계획 점유율’ 하락세가 2분기(4, 5월)에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제주도 입장에서 호재인 해외여행 정체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논란(‘비계 삼겹살’ 등 제주여행 상황에 대한 부정적 보도)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된다.
제주여행 침체 반사이익은 강원도가 챙겨
제주도 부진의 실상을 비교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은 강원도다. ’21년~’23년 사이 3개 여행지표 중 ‘관심도’에서 제주와 강원 모두 하락한 것은 같지만 그 폭은 제주가 더 컸다. 이 기간 제주는 17%p(63%→46%)나 하락해 강원도 하락 폭 5%p(55%→47%)의 3배 이상에 달했다.
계획과 방문 점유율에서는 아예 등락의 방향 자체가 달랐다. 제주는 계획에서 9%p(22%→13%), 방문에서 3%p(12%→9%) 뒷걸음친 반면 강원은 각각 2%p(계획 21%→23%)와 1%p(방문 19.5%→21.3%) 상승했다. 제주를 이탈한 많은 여행자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강원을 선택했음을 짐작케 한다. 제주도의 침체가 강원도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졌다.
제주는 한때(’21년) 코로나 반작용에 힘입어 ‘계획 점유율’에서 강원도를 처음으로 앞서기도 했으나 이제는 꿈도 꾸기 힘들다. ‘계획 점유율’에 이어 ‘관심도’도 작년부터 강원도에 뒤졌으며 그 차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참고. “제주여행, 덜 가고 덜 쓰고…다시 가고 싶은 마음도 줄었다”)
상황 개선의 최우선 순위는 선행지표 관리
제주도는 여전히 한국인에게 선망의 국내여행지다. ‘관심도’는 ’23년 처음으로 강원에 뒤졌지만 아직 큰 폭은 아니고, ‘계획 점유율’ 역시 ’21년의 ‘깜짝 역전’이 곧 뒤집힌 후 차이가 더 커지고 있지만 포기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여행지 만족도에서 지난해 처음 4위로 추락하며 강원은 물론 부산, 전남에도 뒤졌다(참고. 여름휴가지 만족도 부산 1위, 강원 2위…제주도는?). 이는 선행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방문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만족도 1위 탈환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모든 경제적 성과의 밑바탕에는 소비자 마음이 있다.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 무엇도 얻을 수 없다. 제주의 현 상황은 소비자 마음을 얻기 매우 어렵다. 소비자 기대와 제공자의 여건 사이에 너무 큰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여행지가 당면한 문제지만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그렇지 못 한다.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선행변수를 중심으로 문제의 근원을 이해하고, 다시 제주도를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방안을 찾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글/김민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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