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보다 개성” 베리굿웨딩 백승민 본부장이 전하는 요즘 결혼 트렌드
파혼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양가 개입’
결혼 준비의 본질은 결국 ‘대화와 신뢰’
25년 차 웨딩플래너, 베리굿웨딩 백승민 본부장은 수많은 커플의 결혼 준비 과정을 지켜봐 왔다.
연차가 쌓이다 보면 상업적으로 가기 쉬운 직업인 웨딩플래너. 하지만 신랑·신부의 마음을 움직이고 예식에 감성을 더하는 것 자체에 성취감을 느낀 백 본부장은 업계에서 인정받는 베테랑 웨딩플래너가 되었다.
“웨딩 플랜을 진행하다 보면,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요. 결혼은 단순히 로망이 아니라 현실을 함께 조율해 가는 과정이죠.”
웨딩플래너로서 그가 마주한 수많은 사례에는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힌트가 담겨 있다. 결혼 트렌드의 변화부터 파혼으로 이어지는 커플의 공통적인 징후까지, 백승민 본부장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봤다.

결혼 준비 트렌드는 ‘개성’
과거에는 결혼이 선택이 아닌 필수였기에, 남들과 비교당하지 않기 위한 형식적 결혼이 일반적이었다. 대형 예식장, 300~400명의 하객,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 따르는 분위기가 당시 트렌드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 트렌드도 변화했다. 백승민 본부장은 “가장 큰 변화는 보여주기식보다 신랑·신부님이 진짜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준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점이에요.”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에 높은 비중을 뒀는데, 요즘에는 허니문이나 신혼집처럼 신랑·신부의 우선순위에 더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드레스나 부케 선택에도 신랑·신부의 개성이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어두운 웨딩홀에서도 실크 드레스를 고르는 신부, 강렬한 원색의 부케를 선택하는 신부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는 “신부님들의 로망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만족도까지 높여드리는 게 플래너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웨딩 트렌드가 변하면서 업계에도 감성과 개성을 앞세운 브랜드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백 본부장은 “예전에는 A 스튜디오의 특정 배경이 예약률이 높으면, 한 시즌이 지나면 다른 업체들도 다 그 배경을 카피했어요. 요즘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전보다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요”라고 언급했다.
요즘 스튜디오들은 커플의 취향과 특성을 반영한 ‘인물 중심 맞춤 촬영’을 선호한다. 공통의 취미를 살리거나 승무원이나 운동선수처럼 직업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은 촬영도 이뤄지고 있다.

좋은 배우자를 판단하는 실질적인 기준
백승민 본부장은 최고의 결혼 상대로 “말투에서 존중이 느껴지는 다정한 사람”을 꼽았다. 그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는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럴 때 대화로 조율하며 배려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괜찮은 상대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웨딩홀을 고르는 방식에서도 상대의 배경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 주체적으로 결정하는가, 아니면 부모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는가?’ 이 한 가지 질문만으로 자라온 환경과 집안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백 본부장은 “신부님은 상대가 책임감 있는지를, 신랑님은 상대의 돈 씀씀이를 한 번쯤 확인해 보면 좋아요. 그리고 결국 대화와 가치관이 잘 통하고 신뢰가 있다면, 그게 가장 베스트”라며 현실적인 팁을 전했다.

파혼으로 이어지는 주요 갈등 요인
백 본부장이 가장 많이 마주친 갈등은 '양가 개입'이다. 웨딩홀 선택부터 신혼집 위치, 혼수 등에서 부모의 의견이 과도하게 개입되면 파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신랑님이 총각파티 중에 잔액 부족으로 결제가 되지 않자 신부님에게 연락한 일이 있었어요. 두 사람 사이의 다툼으로 번졌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가 두 사람의 동의 없이 예식장에 결혼식 취소를 통보한 거예요. 두 사람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당일에 파혼하게 된 사건이 있었어요.”
이미 웨딩 촬영까지 마쳤지만, 명절 직후 양가의 문화 차이로 파혼한 커플도 있었다. 시댁에서 예비 시누이와 신부 간의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신랑이 누나의 편을 들면서 ‘정서적 독립’ 문제로 충돌이 생겼다. 백 본부장은 “과거에는 웨딩 촬영까지 마쳤으면 문제가 있어도 대부분 결혼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갈등의 징후가 보이면 빠르게 파혼을 선택하는 커플이 많아졌어요.”라고 전했다.
백 본부장은 최근에는 신랑·신부가 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주도적으로 결혼을 이끄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그렇지 않은 소수의 경우 양가 갈등이 파혼의 주된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주님 대접’이 기본값?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
그는 최근 들어 신랑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신부에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랑님들에게 요즘 신랑님들은 왜 다 하나같이 다정하시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안 하면 장가가기 어려워요. 오히려 제가 선택받은 거죠’라고 대답하세요. 이런 문제로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백 본부장은 결혼이 선택인 시대가 되면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그 원인으로 형제 수 감소 등 성장 환경의 변화를 지목했다.

플래너의 역할은 '선택'이 아닌 '방어'
웨딩플래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더 비싼 옵션을 권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이에 백 본부장은 “플래너는 합리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퀄리티 높은 결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플래너에 따라 견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지만, 베리굿웨딩은 '정찰제' 도입으로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보한 덕분에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 백 본부장은 “고객이 업체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금액이 산출되기 때문에, 플래너가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플래너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 현장에서 신상품이나 고가 옵션이 제안되는 일이 빈번하다. “처음엔 저렴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요. 웨딩플래너는 이런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주는 ‘방어선’ 역할을 합니다.”
백 본부장은 숙련된 전문가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이 선택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예산 초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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