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리더들과의 대화가 조금 진지해지면 흔히 나오는 주제들이 있다. '직원들이 적극적이지 못하다.' '변화에 수동적이다.' '딱 시키는 일만 한다.' 직원들이 열정이 없고 자기 일처럼 하지 않으며 변화에 부정적이라는 불만들이다.
대부분의 CEO들은 처음에 혼자 일하다가, 두 사람, 세 사람, 열 사람, 백 사람으로 늘어갔을 것이다. 이 일은 A가 하고, 저 일은 B가 하고, 어떤 보고는 부장까지, 어떤 일은 이사까지 등 인원이 많아지면서 조직의 체계가 필요해진다.
이렇게 조직을 만들고 체계를 세우는 것은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하는 일이나 충격으로부터 조직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다.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라는 놈은 조직을 흔들겠다는 의도이니 얼마나 변화가 힘들겠나!
조직의 본질
“기업들은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견디도록 설계돼있다.” 세계적 경영연구소 딜로이트 센터 공동의장인 존 헤이글은 변하지 않으려는 것이 조직의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조직은 변화를 수용하지 않도록 구조화됐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충격에 맞서며 체계를 세운 대기업이 신생 스타트업보다 변화가 늦은 이유가 이것이다. 딜로이트 센터의 공동대표인 존 실리 브라운도 “조직과 변화는 서로 상반된 의미를 내포한다”고 설명한다. 즉 ‘조직’과 ‘변화’는 상충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
인간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다. 누구나 자신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존재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배가 가라앉고 있을 때 어린 소년이 가라앉은 배에서 역할이 없다는 이유로(어른들도 딱히 역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른들은 자신들보다 약한 소년을 가장 먼저 희생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원시 시대부터 지금까지 주변보다 약하다고 인식되면 위기의 순간에 집단으로부터 희생될 확률이 높아진다. 인간은 강하고 완벽한 존재로 보여 희생당할 확률을 낮추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변화를 원치 않는다.
변화는 강하고 완전하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우리의 파충류적인 뇌는 변화를 생존의 위협으로 느낀다. 더구나 타인에 의해 강제 교정되는 것은 더더욱 혐오한다. 현 상태로 사랑받고 싶은 존재이기에 자신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혐오한다. 인사평가에서 늘 좋은 점수를 받는 구성원조차도 평가 시기가 오면 침울해지는 이유다.
참여를 독려하려면?
조직의 변화를 꾀하려면 우선해야 할 것이 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구성원들에게 민감한 내용을 공유하고 또 질문하는 것이다.
매월 입금액, 출금액과 통장잔고 등 회사 통장을 매월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회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대부분 자금흐름은 예민한 부분이라 생각해 경영진과 재무팀 직원 정도만 알 수 있다. 하지만 자금흐름을 공유하면서 직원들 스스로 인력 채용을 반대하고, 외주 용역을 반대하는 웃지 못할 사례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 회사 리더는 경비 절감을 외치지 않았다.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와 주인의식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리더들 중에는 자신이 의사결정을 독점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또 자신이 오픈 마인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명절 상품 종류, 후드티 색깔, 회사를 대표하는 문구, 워크숍 장소 등 이런 질문도 중요하지만, CEO 스스로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는 정도의 민감한 질문도 던져야 한다.
‘내가 계속 이곳의 리더가 될 만한 사람인가?’ 세컨드라이프 설립자 필립 로즈데일은 매 분기마다 자신이 CEO직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익명으로 투표에 부친다고 한다. 리더로서 상처받을 수 있는 예민한 질문이 아닌가. 하지만 직원들의 진심 어린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이처럼 민감한 질문들을 던진다고 한다.
직원들은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의 질에 따라 자신의 존재가치의 높고 낮음을 인식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민감한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몇 번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점차로 깊게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중요한 일원이라는 것을 느낀다.
리더는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직원들의 태도에 불만만을 이야기하지 말고, 회사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유하거나 또 중요한 내용을 질문하는 시도를 먼저 해보기를 바란다. 경영자는 탓하는 자리가 아니라 해결하는 자리다.
글/정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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