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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칼럼

그렇게 사업 시작하면 무조건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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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광훈 기자


신년 계획에서 빠져야 할 단어

창업주들을 도와드리다 보면, 넉넉한 자금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분은 정말 드물다. 대부분은 빡빡한 자금을 가지고, 여기서 줄이고, 저기서 졸라매어 창업을 하시게 된다.  나도 그렇게 빡빡한 자금으로 작은 사무실에서 로펌을 시작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운 자금 사정으로 창업하는 분들을 도와드리다 보면, 사업이 꼭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반면에 많은 창업을 도와드리다 보니, 자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고객들도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주에 상담을 한 고객에게서도 그런 불길함이 느껴졌다. 이 분은 주거지와 사업장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주상 복합 건물을 월세로 빌려 사업을 하기로 하셨는데, 적당한 물건을 찾기도 어려웠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집 주인과 월세 조정으로도 시간이 많이 들었고, 기존 사업자와의 권리금 조정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매매 계약이나 월세 계약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으나, 다행히 이제 곧 개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 사업자가 진행하던 사업은 일식 음식점이었는데, 한식 조리에 경험이 많은 이 고객은 한식으로 메뉴를 바꾸어 진행하고자 하셨다. 이 고객은 요리사로만 일 하셨지 본인의 사업은 처음인데, 이를 안 건물주는 메뉴 변경을 말렸다. 

사업 경험도 없는데 기존에 있던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지, 그 동네에 없던 한식 음식점을 새로 여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었다. 세입자 사업이 잘 되어야 월세가 잘 나올 테니, 건물주가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고객은 한식에 경험이 있었고, 한식으로 승부를 보고 싶어하셨다. 나도 응원했다. 이전 사업이 그렇게 잘 되는 것도 아니었고, 또 경험상 기존 사업의 유지 정도를 목표로 시작한 사업이 성업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다.

그런데, 고객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싶다고 하셨다. 한식이 아니라 양식을 위주로하는 브런치 음식점으로 메뉴를 변경하고 싶으시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여쭤보니, 아이들 때문이라고 하신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아이들 때문에 주상복합을 찾은 것인데, 한식은 아침부터 밤까지 가게을 열어야 하니 아무리 바로 아랫층, 윗층에 있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소홀해 질 것 같다는 것이었다. 토론토에서 브런치 식당은 대부분 오후 3시에 문을 닫는 것이 관행이라 아이들과 쓸 시간이 늘어나니, 워라밸을 생각하면 브런치가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좀 독하게 말씀드렸다. 

사장님, 그런 마음으로는 한식을 하시든 브런치를 하시든 망합니다.  

반 이상의 한인 1세 이민자들은 아이들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을 온다고 하지 않나 - 그러니 아이들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아이들을 생각한 끝에 워라밸을 택하고 싶어졌다는 건 잘 못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는 목표가 워라밸인 사장이 성공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어떤 사업이든 마찬가지다. 

워라밸은 결국 내 목표를 두 개, 세 개로 쪼개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고,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 정도면 됐다”라는 선을 그어놓고 시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시작하신 분들이 "이 정도"라는 선에라도 도달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워라밸은 무언가를, 혹은 어느 시기를 세차게 희생해서 결과로 얻는 대가 같은 것이지, 목표로 삼고 달려가야 하는 타겟이 아니다. 

 

*기사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다면?

https://cas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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