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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칼럼

말은 몸의 무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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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강민 기자


실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몇 마디 대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 급격히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아, 이 사람과는 함께 해서는 안 되겠구나.”

반대로, 기대감이 생기는 순간도 있다.

“와, 이 사람은 정말 뭔가 다르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직접 대화를 하거나 이메일로 소통할 때 이런 인상은 빠르게 형성되며, 오래 남는다. 모르는 사람에게 뭔가를 제안하거나 조언을 구해야 할 때, 나는 전화번호가 있더라도 전화보다는 이메일을 주로 사용한다. 갑작스러운 전화는 상대를 당황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은 통화나 문자보다 더 신중하고, 누적되는 느낌을 주며, 예의 바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 3년 전, 창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이 내가 고민하던 것과 많이 닮아 있어 직접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다. 회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찾아 헤매며 간신히 그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냈다.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의 이메일을 찾는 것은 작은 승리 같았다.

나는 나의 고민과 개인 신상 정보까지 상세하게 담아 이메일을 작성했다. 이틀 동안 내용을 수정하고 다듬으며 정성을 기울였다. 이메일을 보낸 지 3일 뒤 답장이 왔다. 그러나 그의 답장은 단 네 줄이었다. 인사도, 예의도 느껴지지 않는 형식적인 내용뿐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회사는 잘 되기 어려울 것 같다.’

그가 너무 바빴거나 시간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기분이 좋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핑계다.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단 한두 줄이면 충분하다. 그 정도 시간도 없다면 이는 경영 철학의 부재를 의미한다.

내가 보낸 이메일은 A4 한 장 분량이었다. 정말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했다면, 한 번 통화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나 역시 가끔 독자들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다. 이메일의 형식과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 상태와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물론 추측이 틀릴 때도 있지만, 경험상 90% 이상은 맞았다. 누군가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답답한 상태를 의미하며, 용기와 많은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정성껏 답변하고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려 애쓴다. 글로 해결이 어려울 때는 통화나 직접 만남을 제안하기도 한다.

일본의 유명 서점 츠타야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렇게 말했다.

“실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은 몸의 무늬다. 한마디 말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무의식 중에 나와 실수했다고 둘러댈 수 있다. 말은 은연중에 저절로 나온다. 그 말에는 자신의 본질이 담겨 있다. 말과 글은 상대를 존중하는 삶인지, 자기중심적인 삶인지를 드러낸다. 발언을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나와 함께하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삶의 방식을 갖춰야 한다. 사람은 상대의 한마디로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고 관계를 이어갈지를 결정한다. 말에 헛됨이 없고 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좋은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기사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다면?

https://cas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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