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보다 손님의식
얼마 전, 한 작은 기업을 방문했다. 사무실 문을 열자 한 직원이 앉은 채로 얼굴만 돌려 무심히 물었다.
“누구 찾아오셨나요?”
다른 직원들은 모니터에 집중한 채 나의 방문이 그들의 흐름을 방해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약속한 대표는 사무실 구석에 앉아 있다가 한 직원에게 나를 안내하라고 손짓했다. ‘눈을 마주쳤다면 최소한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첫인상부터 거슬렸다.
한참 후, 대표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늦은 것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그는 이야기를 주도했다. 태도는 과감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대화 도중 그는 같은 업종의 다른 대표를 언급하며 말했다.
“지금 우리와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대표가 있는데, 다음에 만나보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말투는 반말과 존댓말이 섞인 반 존대였고, 마치 내가 그 사람을 꼭 만나야 하는 것처럼 단정 짓는 어투였다.
‘왜 내가 그 사람을 만나야 하지?’ 속으로 반문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함부로 평가를 내리고, 다른 이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단정 짓는 그의 태도는 불쾌했다.

주인은 과감하지만, 손님은 조심스럽다
많은 대표들은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두가 주인처럼 행동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조직 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주인이라 여긴다면, 의견 충돌이 심화되고 조직은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권리만을 주장하며 각자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면 조직은 혼란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주인이 아닌 손님처럼 행동하는 것은 어떨까? 손님은 조심스럽고, 경솔하지 않으며,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대표나 구성원이 지나치게 주인처럼 행동하면, 주변 사람들은 위축될 수도 있다. 반면, 손님처럼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면, 그 조직의 문화는 더욱 신뢰를 받을 것이다.
성공의 가장 큰 적은 ‘성공의 기억’이다
한 번의 성공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새로운 환경에서도 같은 방식을 반복하게 만든다.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자신의 성공 경험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이는 결국 권위적인 태도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성공 경험이 지나치게 강렬하면, 타인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게 된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자들은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하게 하라.”
이는 광신적인 태도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자신을 과신하는 사람은 대개 협소한 믿음에 사로잡혀 있으며, 서둘러 충고하고, 덤비고, 과감하게 말하고, 목소리가 크다. 깊은 사고 없이 서둘러 결론을 내리고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실은 조용하며, 기다림이 필요하다. 깊은 생각 없이 성급하게 행동하는 것은 결국 조직의 유연성을 해치게 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뻣뻣하다. 이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드러움이 필요하다. 성공과 실패의 한치 앞도 예측 할 수 없었던 창업 초기의 유연함과 겸손함은 언제나 견지해야 할 덕목이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CEO 레이 달리오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신, 왜 옳은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자신이 믿는 것이 절대적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태도를 견지할 때, 비로소 진정한 내공이 발휘되고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
성공의 기억을 경계하는 간단한 방법은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나 행동을 의심해보는 것이다.
우리의 첫 번째 반응은 대부분 과거의 성공 경험에서 비롯된다.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전, 반드시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반대 의견을 들어보아야 한다.
리더는 빛이 나야 한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그 빛이 눈부실 정도로 강렬해서는 안 된다. 조직 내에서 조화를 이루며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드러움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존경을 받는 ‘진짜 주인’이 될 수 있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정강민 대표가 쓴 칼럼입니다. 정강민 대표는 ‘감동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왜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는가?’ 등 세상의 본질을 깨우치고 싶어 읽고 쓰며 경영의 본질과 책 쓰기, 독서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위대한 기업은 한 문장을 실천했다> <스타트업에 미쳐라>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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