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계획의 유용성
[사례뉴스=신광훈 필진기자] 요즘 한국의 웹툰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고 한다. 나름 자부심도 생기는 일이다. 한국의 웹툰이 캐나다에 알려진 지는 꽤 되었는데, 내 아들과 딸이 초등학교 학생이던 시절, 한국 웹툰 중 하나였던 노블레스라는 웹툰은 한국에서 포스팅이 되자마자 영어로 번역이 되어 바로 다음 날 아침 캐나다 학교에 등교하면 영문판으로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 학생들보다고 오히려 캐나다 현지 학생들 사이에 더 인기가 높았다고 해서 놀랐었고, 나도 노블레스를 통해 웹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요즘은 고정적으로 보고 있는 웹툰만 하루에 3편 이상이 된다.
그런데, 요즘 인기있는 웹툰들을 보면 공통된 흐름이 하나 있다. 주일공이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설정이다. 내가 읽은 소설이 현실이 되어 내가 주인공이 되고, 내가 즐기던 게임 내용이 현실이 되어 주역이 되고, 내가 과거로 회귀하여 미래를 아는 상태에서 영웅이 되는 그런 내용들이다. 몇 년 전에 인기리에 종영된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웹툰 기반의 드라마도 그런 류다.
이런 이야기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미래를 알고 승리하고 성공하는 주인공의 영웅담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미래를 모른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두려운 일이다. 그러니,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계획을 하는 것이다.
2025년을 시작하면서 아마 신년 계획을 안 세워 본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쯤이면 아마도 가장 많은 계획들이 잊혀진 상태일 것이다. 유지되는 계획, 달성된 계획이 얼마나 되나...만 따지면 사실 계획을 세운다는 행위가 그다지 유용한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계획은 유용성이 떨어지는 전략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패하더라도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계획은 정의상 완전할 수 없다. 비록 계획은 내일을 위해 세우는 것이지만, 오늘까지 알고 있는 사실만 가지고 세워야 하기 때문에 완전할 수는 없다. 알지 못하는 재료들을 가지고 세운 계획이 완전하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모르는 사실이 있는 만큼 실패할 확률도 따라다니는 것이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계획이 없으면 '오늘'은 소멸해버릴 뿐이기 때문이다.
계획없는 "오늘"은 바로 '내일' 소멸된다. 계획이라는 도구는 오늘이 내일 소멸되지 않고, 내일과 이어져 쌓이게 해 준다. 그래서 오늘이 그저 오늘로 사라지지 않고, 내일로, 다음 달로, 내년으로, 10년 뒤로, 100년 뒤로 연장되게 해 준다는 것에 계획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계획을 가지고 맞는 내일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오늘의 연장이다. 계획이 있다면 "오늘+내일+내일..."이 생기지만, 계획이 없다면 "오늘", "오늘", "오늘", 이렇게 매일 소멸해 버린 오늘의 잔재만 기억으로 남는다.

계획이 틀어진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기 때문이니 당연한 일이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는 계획이 더 좋은 계획이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완전히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00% 이루어 질 수 있는 계획을 세웠다면, 그건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계를 그어놓고서는 그것을 계획이라고 착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험한 적이 없는 것에 대한 계획은 불완전하여 수정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 계획 수정에 필요한 것이 목적이다. 목적은 계획의 수정을 가능하게 해 준다. 목적이 있는 계획이라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은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이 된다.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계획하고 또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마치 과녁을 보고 화살을 쏘는 것이 아니라 화살을 쏘아 놓고 화살이 맞은 자리에 과녁을 그리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비록 과녁을 잘 맞춘 것 처럼 보이는 결과는 있지만, 나의 활 솜씨는 나아지지 않는다. 활솜씨가 늘지 않으니, 다시 도전해도 과녁을 맞출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계획을 세워 진행한 일에서는 발전이 있고, 다시 시작해도 더 나은 성취를 달성할 수 있다.

명예의 전당에 올랐던 야구인 브랜치 리키는 “행운은 설계의 흔적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운이 좋아 보이는 사건은 사실 대부분 과거의 어떤 행동에 기인하고, 또 그 과거의 그 행동 대부분은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보다는 계획한 행동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본다면, 계획은 행운도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목적이 있는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유용하다. 나의 어제를 오늘로, 나의 오늘을 내일로 연장시켰다는 것 만으로도 유용하고, 이번에는 찾아오지 않은 미래의 내 행운을 설계해 나간다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그러니, 지나간 과거를 아쉬워하면서 회귀를 꿈꾸고 있다면, 차라리 지금 당장 공책을 펼치고 다음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
무용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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