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사례

2cm를 없애고자 '휠체어 탄 캐릭터 하양이' 만든 김유진 대표

728x90
반응형
SMALL
김유진 대표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사라지는 그날을 꿈꾼다"
이센티? 수동 휠체어가 홀로 못 넘는 최소 높이 2cm…넘어보자, 없애보자는 의미
대학교 때 장애 학생 도우미를 통해 장애와 비장애가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체 필요성…휠체어 탄 캐릭터 하양이 탄생!

 

휠체어 탄 캐릭터인 하양이를 통해 굿즈나 이모티콘을 만들어 일상 속 휠체어를 탄 캐릭터가 익숙해질 수 있도록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만드는 예비사회적기업 ㈜이센티는 '장애와 비장애를 가까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편안한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생각을 시각화하는 디자이너, 이센티 김유진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김유진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생각을 시각화하는 디자이너 이센티 김유진 대표 (사진제공: 이센티)

Q. 이센티를 어떻게 창업하게 되셨습니까? 어떤 계기로, 어떤 창업 스토리가 있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학교 재학 당시 장애 학생 도우미를 했습니다. 장애학생과 1:1로 매칭되어 수업에서 필요한 도움을 주는 활동인데 그때 휠체어 탄 친구인 예은이를 알게 됐어요.

회화과 학생이라면 모두가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을 신청했는데 계단이 있어서 예은이만 수업을 못 들었어요. 회화 수업에서 사용하는 재료가 다 있는 강의실이라 변경도 어려웠어요.

어머니와 함께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국 해결하지 못했어요. 예은이는 회화과 수업을 듣고 싶어서 입학했지만 그 교실에서만 이루어졌던 전공 필수과목은 하나도 못 들었죠. 새로운 꿈을 찾아 예은이는, 도예과로 전과해 졸업했어요.

회화과 학생이라면 모두가 들어야하는 필수과목을 계단이 있어서 수업을 듣지 못했던 휠체어 탄 친구 예은(사진제공: 이센티)

이건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졸업한 뒤에도 계속해서 이 문제가 생각이 났고 장애와 비장애가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장애 인식개선 교육 전문강사 자격을 획득해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Q. 회사 이름의 뜻과 로고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수동 휠체어가 홀로 못 가는 턱의 최소 높이가 2cm라서 그것을 넘어보자, 없애보자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로고는 직관적으로 턱이 휠체어 앞에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고 신뢰성을 주고 싶어 메인 컬러는 파란색으로 선택했습니다. 

수동 휠체어가 홀로 못가는 턱의 최소높이가 2cm라서 그것을 넘어보자, 없애보자는 의미를 가진 이센티 로고 (사진제공: 이센티)

Q. 이센티의 핵심 가치는 무엇입니까?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십니까?

이센티는 ‘장애와 비장애를 가까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까지의 장애는 장애인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야만 닿을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비장애인이 말하는 장애 이야기가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된다고 믿습니다.

장애인 가족이나 친구가 없어도 연결하는 매개체(장애 반영 캐릭터)가 있어서 장애가 우리에게 가깝고, 자주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개선할 인식 자체가 사라지는 것.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사라지는 그날을 꿈꿉니다.

‘프로젝트 2cm’ 휠체어가 못 가는 곳과 갈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고 그 정보를 SNS에 공유

Q. 프로젝트로 시작했다가 사업을 하게 된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였습니까?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오래전부터 사회적 기업가를 꿈꿨던 이유도 궁금합니다.

졸업하고 막연하게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제가 당장 계단을 올라가는 휠체어 로봇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일단 팀원들을 모집했는데 2명이 모였고 각각 인천, 경북 구미, 경기도에 살고 있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면 각자 있는 곳에서 휠체어가 못 가는 곳과 갈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고 그 정보를 먼저 sns에 공유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각자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프로젝트 2cm’가 시작됐습니다.

프로젝트가 사업으로 바뀌었던 지점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예비창업 과정’을 밟게 되면서부터인데요.

김유진 대표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도 귀여운 이미지가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뽀글뽀글 나있는 털이 마치 파마한 할머니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있어서 기억하기 쉽다고 느낍니다"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님께서 해보면 좋겠다고 추천을 받았어요. 사업할 생각은 없었고 좋은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에 도전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어차피 하루에 8시간 일할 거, 나를 위한 게 아닌 남을 위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고등학교 때 읽은 에코 크리에이터라는 책과 ‘사람바이러스’라는 블로그를 통해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착한 기업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회적기업가를 꿈꾸게 됐습니다.

Q. 이센티에서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문구류를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어떻게 진행하고 계십니까?

캐릭터를 매개체로 인형극, 내 휠체어 디자인하기, 유니버셜 디자인 띵킹 교육을 합니다. 유니버셜 디자인 띵킹은 평소에 내가 불편했던 것은 무엇이 있었는지 먼저 생각해 보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노인, 아이들에게도 편한 디자인을 생각해 보는 교육입니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가 휠체어 탄 사람들에게는 높은 곳까지 손이 닿지 않아 불편한데 이 교육을 통해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키오스크를 디자인해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해보고, 기획해 보는 좋은 시간입니다.  

작년 5월 일러스트 코리아 참여를 한 이센티 (제공:이센티)

Q. 작년 5월 일러스트 코리아에 참여하셨는데, 어떤 행사를 했으며 반응은 어땠습니까? 하양이 캐릭터를 접하는 소비자들, 이센티를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메인 캐릭터 '하양이의 방’을 전시 공간으로 꾸며서 휠체어를 직접 타고 돌아다녀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체험하셨고, 처음으로 휠체어를 타보았다고 말씀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참여하신 분 중에서 3년 동안 일러스트 코리아에 왔지만 장애가 반영된 캐릭터를 본건 처음이라며 앞으로 하양이의 삶을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겨주시기도 했어요.

Q. 인스타그램을 통해 식당, 카페 등 전국 수많은 장소들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장애 인식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긍정적이고 저희가 올린 게시물을 통해 처음으로 장애인분들의 불편함을 알게 되어 고맙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생각해 보니 휠체어 탄 캐릭터를 본 적이 없었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셨어요. 그럴 때 가장 뿌듯합니다.

처음 시작했을 땐 ‘과연 이게 될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명씩 나누어주시는 의견이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김유진 대표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사라지는 그 날을 꿈꾼다"

Q. 이센티의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직원 채용 시 특별히 중요하게 보는 점이 있으십니까?

나중에 본인도 사업할 생각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야 여기서 더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또, 장애 감수성이 높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센티가 생각하는 비전과 개인이 꿈꾸는 미래가 동일하고, 서로의 결이 비슷하면 좋겠습니다.  

Q. 창업·사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셨습니까?

‘휠체어 탄 분들의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길 때입니다. 수치화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희가 하는 일이 바로 결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데일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을 다시 한번 읽거나, 부끄럽지만 제가 인터뷰한 영상을 다시 보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유진 대표 "이센티가 만들어진 이유와 의도를 고객님이 알아차리셨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Q.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던 때는 언제입니까?

“캐릭터가 있어서 장애가 더 친숙하게 느껴져요” “선한 가치를 응원하고 싶어서 제품을 구매합니다”처럼 이센티가 만들어진 이유와 의도를 고객님이 알아차리셨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느리지만 잘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Q. 앞으로 이센티의 향후 계획과 비전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휠체어 탄 캐릭터가 꼭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쓰였으면 좋겠어요.

오프라인의 배리어- 프리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배리어 프리가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또 더 다양한 유니버셜 디자인의 생활용품들을 기획, 제작해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와 일터에서 일하는 경영자와 리더분들을 위해 격려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만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길이 열리더라고요.

연결의 힘을 믿습니다. 이센티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연결의 힘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나 밖에 해결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기업가 정신인 것 같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연합한다면 해결 못할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을 같이 해결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글/ 이은희 인턴기자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