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600평 규모의 종합 병원으로 성장해
해외 동물병원 방문, 학회 참석을 통한 선진 치료 기법 도입이 좋은 반응 불러와
서로 격려하고 자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달성을 돕는 문화가 성장의 비결 돼
반려동물 진료 시 눈을 맞추고 교감하는, 애정에 기반한 진료 시행해야
지난 11월 중 S동물메디컬센터의 허찬 대표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S동물메디컬센터는 2014년 울산에서 처음 오픈한 뒤 양산점을 추가 개원한 것에 이어, 동물 암센터와 동물 세포 연구 셀럽까지 지금은 4개의 사업 부서로 운영되는 대형 병원이다.
자신 또한 강아지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의 아버지로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한 허찬 원장은 유럽, 일본 등 해외의 발전된 수의학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S동물메디컬센터가 국내 최초로 동물 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 기기를 도입하게 된 계기였다. 방사선 치료는 치료 시 반려동물에게 수반되는 추가적인 고통 없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허찬 원장은 대형 병원으로 성장하게 된 S동물메디컬센터의 성장 비결이 조직 문화라고 이야기했다. 서로가 맡은 반려동물의 상태가 좋아지면 함께 기뻐하고, 반대로 상태가 나빠지면 같이 고민하며 치료 방법을 고민하는 문화가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OKR 경영이라 불리는, 직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세운 뒤 그것을 달성하면 포상하는 시스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날 허찬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S동물메디컬센터에서 중시하는 핵심 가치와 조직문화의 중요성, 진료 시 동물을 대하는 방법, 반려동물의 암 치료 방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S동물메디컬센터의 허찬 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1. S동물메디컬센터와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S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인 허찬입니다. 저희 병원은 2014년도에 처음 울산점을 오픈했고, 그 후 양산 S동물메디컬센터와 양산 S동물 암센터, 그리고 동물 세포 관련 연구 셀럽으로 확장해 지금은 4개의 사업 부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저 포함해서 7명의 원장님이 지금 동업으로 9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제 소개를 같이 드리면 저는 02년도에 충남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임상한지 15년 정도 된 수의사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학교를 충남대학교 수의대에서 내과로 박사를 수교했고요. 지금은 한국 수의종양학회와 수의심장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는, 강아지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2. S동물메디컬센터는 대학 병원 같은, 전문적인 대형 동물병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려동물의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대형 병원을 개업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십니까?
저희가 처음 오픈했을 때는 직원과 원장을 다 포함해 8명이 같이 일했습니다. 그런데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병원을 하다 보니까 병원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더라고요. 병원 규모도 커지고, 비전도 생기게 되고요.
그리고 한 가지 제가 병원을 하면서 꼭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있었는데요. 바로 해외 동물병원을 들리거나 학회에 참석하는 거였습니다.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이 수의학 분야에서 더 발전해있기 때문인데요. 해외에 가서 그곳의 동물병원에서 하는 치료와 사용하는 치료 기법들, 장비들을 보고 저희 병원에도 적용해왔던 게 지금의 저희 병원이 될 수 있었던 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또 저희는 동물 암센터를 통해 동물 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기도 합니다. 한 3년 전, 4년 전에만 해도 한국에서는 동물을 위해 하는 방사선 치료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만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그런 만큼 치료를 위해 동물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검역 문제도 보호자 분들께 굉장한 허들이 됐고요.
해외에서 하는 방사선 치료를 통해 동물이 얻을 수 있는 예후를 보니 이 치료가 우리나라에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수십억의 투자 금액에도 과감히 결정을 내려 저희 병원에 방사선 치료기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또 자연스럽게 전국에서 많은 보호자 분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치료를 받으러 오시게 됐고요. 방사선 치료는 아이가 크게 힘들어하지 않으면서도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많이 높여줄 수 있는 기법이기 때문에 보호자 분들께서 많이 와주셨던 것 같습니다.
3. 그러면 S동물메디컬센터가 지닌 독특성과 타 병원과 차별화되는 점은 해외에 있는 선진적인 기술을 들여와 치료를 행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비나 시설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저는 저희 병원의 가장 큰 장점이 조직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한 선생님이 맡아 치료하시던 강아지나 고양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가 치료를 통해 회복되면 다들 찾아가서 축하해주는 문화도 있고요.
또 어떤 아이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같이 모여서 고민하고 토닥여주기도 합니다. 치료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주기도 하고요. 이런 문화들이 활성화되어 있는 게 모든 발전을 이루게 된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 대표님께서 반려동물 치료 중에서도 암 문제에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계기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혹시 동물 환자 중 암에 걸려서 내원한 환자 수가 어느 정도 되셨을까요?
정확한 환자 수를 따지기보다는, 동물 암은 강아지들의 사망 원인 1위, 고양이 사망 원인 2위에 달하는 사망률이 높은 병입니다.
한국에도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하게 되면서 나이 든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암 발생률이 굉장히 빠른 추세로 올라가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암에 걸렸을 때 내가 어디가 아프니 이 아픈 걸 해소하기 위해 어떤 치료를 중점적으로 하고 싶다고 말을 할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강아지 고양이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사실 반려동물이 암에 걸리고 나면 어떤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게 굉장히 힘듭니다. 환자에게 들을 수 없으니 우리가 추정할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말기 암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모든 치료를 다 해서 완치를 시켜주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한 경우에는 어떤 방법을 써서 아이가 남은 삶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줄 것인지를 수의사가 결정해야 합니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보호자분과 상담을 여러 번 하고, 아이를 많이 보고 필요한 검사를 해 방법을 결정하는 걸 중점적으로 두고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 말씀해주신 동물 환자들을 좀 더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보통은 어떤 결정을 하십니까?
암 치료 같은 경우는 사람하고 똑같습니다. 3대 치료가 수술, 그다음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고, 최근에는 면역 치료라고 면역 기법을 이용한 치료법들도 개발이 되고 있어요. 수술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아이가 수술을 받고 나면 며칠 정도의 통증이 있을 거예요. 이 통증을 견디고 나서 아이가 그 뒤에는 훨씬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수술을 추천하고요.
방사선 치료는 치료로 인해 아이가 힘들어한다거나 통증을 느끼지는 않으니 아이들의 삶의 질을 조금 더 지켜줄 수 있는 치료법으로 저희가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항암 치료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주사를 맞거나 약을 복용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보호자님과 충분히 상의하고 정말 아이한테 도움이 되는 게 어떤 치료인가 고민해서 치료를 진행하고 있고요.
동물 세포는 사람보다 성장 속도가 7배 빠릅니다. 사람이 겪는 일주일과 고양이 강아지의 하루가 시간 가치상으로 같거든요. 그러니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이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함께 보낼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 시간을 엄마 아빠 옆에서 어떻게 편하게 있게 해줄 수 있는지가 연구가 많이 되고 있고요.
5년, 10년 전만 해도 동물은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사람에 비해서 아픔을 5배 더 잘 참는다는 연구 논문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게 다 뒤집혔거든요. 강아지 고양이도 똑같이 아프지만 티를 내지 않는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가 상당히 고민되는 사안 중 하나입니다.
6. 세포의 성장 분화가 7배 빠르다면, 동물 암은 상대적으로 완치가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단계에 따라서 수술로 해결되는 단계가 있고, 해결이 안 될 때 방사선이나 항암으로 계속 치료를 진행하시는 것입니까?
초기는 사람과 똑같아요. 초기에 진단되면 완치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동물도 사람처럼 암 치료 기법이 많아져서 초기에 발견되면 얼마든지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요. 완치율도 상당히 많이 올라갔고요.
사람 어르신 분들에게는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권장하잖아요. 하지만 동물 같은 경우는 생체 시간이 7배 빠르기 때문에, 저는 최소한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정기 검진을 받아주시는 걸 추천을 드리고 있습니다.
7. 강아지나 고양이가 암에 걸렸을 때 초기에 보이는 행동이나 보호자가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챌 수 있는 징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동물의 모든 암은 초기에는 절대 알 수가 없어요.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고, 만약 코 안에 암이 생겼다면 처음에는 재채기만 보인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암 발병을 아실 수 있는 방법은 드뭅니다.
사람에 비해 병원 내원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말기에 진단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반려동물이 6개월에 한 번씩 엑스레이, 총 혈액 검사, 소변 검사 정도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을 추천을 드립니다.
8. 해외기술에 관심이 많으신 만큼 근래에 이런 기술을 들여와야겠다, 혹은 우리 병원에서 암을 다룰 때 이 부분을 더 발전시켜봐야겠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으십니까?
저희가 요새 중점적으로 보강하고 있는 부분은 응급 중환자 과예요. 점점 외상과 관련해 응급으로 오거나, 아이들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발작해서 응급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부분을 더 보강하기 위해 장비를 세팅했고 팀원들을 대상으로 외부 및 내부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9. 함께 일하시는 수의사분들이 많으신데, 직원 선발 시 어떤 가치를 중시하셨습니까?
저희는 무조건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합니다. 동물을 키워봐야 강아지나 고양이에 대해서 감정 교감이 되고, 여기 일에도 더 공감하며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근로계약서를 쓸 때도 아무도 없고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해도 동물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폭행을 한다면 바로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꼭 넣어놓습니다. 동물에게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근무하게 하고요. 동물을 키워보았고, 또 사랑하는 게 우선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0. S동물메디컬병원의 직원 수와 직원 분들께 계속 교육하시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한 30여 명 계시고, 전체 직원 분들은 100여 명 정도 됩니다. 저희가 계속 교육하고 있는 건 치료에 있어 사람과 동물 중 누구에게 유리한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가입니다.
여러 문제로 인해 사람과 동물에게 이익이 되는 게 다를 때가 있을 수 있는데, 그 때 우리는 수의사다, 동물에게 유리한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11. 보호자 분들께서 반려동물을 맡길 때는 실력에 대한 신뢰뿐 아닌, 사랑으로 잘 보듬어줄 거라는 믿음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도 평소에 동물을 대하시는 신조가 있으신지, 진료 때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동물들도 이 사람이 나한테 위협을 가할 거다, 아니면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준다 이런 걸 당연히 느끼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진료 볼 때는 꼭 눈을 마주치고 한번 쓰다듬어주고 시작합니다.
동물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가 아닌가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많은데, 알아듣는다고 할 때 동물이 느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말의 톤이라고 해요. 내가 아이한테 좋은 감정을 싣고 얘기를 하는 것과 나쁜 감정을 실어 말하는 것, 그게 동물에게는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고요.
그래서 저는 따뜻한 억양과 따뜻한 손으로 아이에게 인사를 해요. 누군가는 무슨 동물에게 그렇게 얘기를 하면서 진료를 해가냐고 할 수 있겠지만, 동물도 감정을 다 받아들이니까요. 눈을 마주치고 말을 하고 쓰다듬어 어느 정도 교감을 하고 진료를 시작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가지 동물을 키우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면, 수의사라는 직업은 대부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다는 거예요.
물론 100%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대부분은 동물을 사랑하고 좋아해서 수의사가 돼요. 그렇기 때문에 동물을 키우시는 경우 다니시는 병원이 있다면, 그 곳에 계시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많이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전문직도 마찬가지지만, 최근에는 불신에 대한 문화 같은 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저희도 동물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사람들인 만큼 최선을 다해 돌보려고 하니 보호자 분들께서 각자 다니시는 병원의 선생님들 말씀을 믿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2. 원장님께서는 진료 시에 어떤 신조를 두고 진료를 하고 계시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희는 아픈 걸 도와주고 진통을 통해 아픔을 없앤다는 가치를 병원의 콘셉트이자 메인 가치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제 외부에서 교수님을 모셔서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주제가 진통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참 힘든 게 강아지 고양이들이 아프면 굉장히 예민해져요. 그러지 않던 애가 갑자기 엄마 아빠를 문다든지, 특히 고양이의 경우에는 할퀸다던지 하는 식으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저희가 코로나를 2~3년 겪으면서 대부분의 진통제가 사람 병원 쪽으로만 공급이 되다 보니 동물병원에서는 예전에는 원활하게 공급받던 진통제를 지금은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온 만큼 진통을 도와주고 싶은데 약이 없어 처방을 못하던 만큼, 아이가 계속 아파하는 걸 보는 건 굉장히 힘들잖아요. 그래서 약을 백방으로 구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도 최근에는 약이 조금 풀린 것 같아 다행입니다.
13. 수의사로 생활하시는 동안 가장 힘든 점이 있으셨다면 어떤 것이셨습니까?
동물들이 심각하게 아플 때 눈빛을 보면 자기를 살려달라고 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사람은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아플 수도 있고,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 아플 수도 있고, 싸움을 하다가 아플 수도 있고, 이런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동물은 자기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애는 하나도 없거든요. 그냥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프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눈을 보면 이 아이가 정말 지금 살고 싶구나, 상황이 많이 안 좋지만 살고 싶다고 하는구나, 하는 게 느껴지고는 해요. 그 때 아이를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결과가 좋게 나오면 굉장히 기쁘지만 또 결국 아이를 잃었을 때는 수의사의 멘탈이 깨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최근에 수의학계에서는 노 원모어 벳(No One More Vet)이라는 운동도 있어요. 수의사의 자살률이 일반 직업군들에 비해서 3배 이상 높거든요. 아이들이 사망하거나 안락사를 해야 할 때의 심리적 타격 때문에요. 저도 정신과를 주기적으로 다니고 있고요. 이런 부분에서 힘든 감정을 느껴야 할 때가 많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14. 보호자 분들께서도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떠나보내게 될 일이 발생하면 힘든 감정을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 그 분들께는 어떤 말씀을 드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래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가 곁을 떠나게 되면 그것도 굉장히 감정적으로 힘들어요. 그걸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짧게는 몇 주, 길면 몇 년까지도 갈 수가 있어요. 이 때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최대한 좋은 생각만 하시라는 거예요.
아이가 마지막에 힘들어하다 하늘나라에 갔을 때의 생각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하시고 같이 산책하던 거, 예전에 뛰어놀던 것 같은 좋은 기억을 떠올리시는 게 좋습니다.
생각을 안 하시려고 노력하는 건 오히려 좋은 방법이 아니고요. 좋았던 기억을 계속 떠올리시며 극복하셔야 합니다.
또 키우시던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면 보호자 분들께서 거의 100% 하시는 말씀이,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 때는 아기 강아지나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시는 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물론 내가 먼저 떠나보낸 아이를 잊기 위해서 새로운 동물을 입양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책임감이 결여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또 그 아이를 잘 키우게 되면 아이에게도 좋은 일이 되고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15. 그러면 치료 과정에서도 보호자분들이 힘들다고 느끼실 때도 좋은 것들을 많이 떠올리시고 아이가 나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도움이 됩니까?
네, 맞습니다. 내가 아픈 강아지를 안고 많이 울면 애들이 그걸 느껴요. 내가 뭔가 이상이 생겼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수명이 짧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아프건 어떻던 간에 항상 아이한테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16. 지금까지 반려동물을 치료해오면서 기억에 남은 사례는 어떤 것이십니까?
저희가 방사선 치료 기구를 도입한 지 3년째인데, 방광암에 걸려서 그보다 1년 전에 확진을 받은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 보호자 분은 1년간 기다리시다가 도입이 되자마자 서울에서 내려와서 치료를 받으셨고요. 기다리시는 동안 3번 정도 응급 상황이 있었는데, 다행히 응급실에서 그 상황을 잘 넘겼습니다.
그렇게 치료에 들어가서 아이는 굉장히 호전됐어요. 그런데 잘 지내다가 암이 재발하고 전이되어서 엊그제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2년 반 정도를 더 살았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저한테는 기억에 많이 남는 아이였고 보호자분도 치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셨거든요. 마지막에 아이가 조금 갑작스럽게 하늘나라에 가게 되어서 아직 조금 속상한 마음이 남아 있는 상태인데, 지금 이 질문을 받으니 그 아이가 가장 생각이 났습니다.
17. 동물하고 사람의 시간이 7배 차이 난다고 해주신 만큼, 강아지가 2년 반을 더 살게 되었다면 거의 15년을 더 살게 된 셈인 것 같습니다. 보호자 분께서도 열심히 해주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를 그만큼 잘해줄 수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보호자 분은 강아지와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셨어요. 산책도 많이 하고,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신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계속 슬퍼하지만은 않으셨고, 함께 여행도 다니셨고 산책도 많이 하셨거든요. 같이 있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많이 보내신 게 아이에게 삶의 의지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8. 유튜브를 통해 반려동물의 치료 사례와 건강에 대한 팁을 전달해주고 계시는 만큼, 반려동물 건강 보호에 대한 조언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요새 나이 든 아이들, 노령견과 노령묘가 병에 걸리는 원인 중 가장 큰 게 비만이에요. 강아지 고양이는 약간 통통할 때 귀엽게 느껴지는 게 있잖아요. 간식 달라고 조르면 귀여워서 간식을 주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보통 고양이들은 평균 3~4킬로그램 정도 돼요. 아이들은 작은 만큼 간식을 하나 주게 되면,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인 제가 껌 같은 걸 30개 먹은 거랑 똑같이 되거든요.
이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많은 양이에요. 그러다 보니 비만인 애들이 많아요. 비만인 아이들이 나중에 나이가 들면 당뇨가 생기거나, 호르몬 질환이 생기고, 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간식 양 조절을 잘 해서 비만이 안 되게 해주시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양이는 상관이 없겠지만 강아지들 같은 경우에는 산책을 주기적으로 나가 운동을 시키고, 관절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고요.
19. 대표님께서 지니신 의사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는 어떤 것이십니까?
제가 MBA 했을 때 첫 강의가 비전 미션을 설정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 때 설정했던 저희 병원의 핵심 가치가 바로 본질에 충실한 동물병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동물병원은 동물을 살리는 곳이기 때문에, 그 핵심 가치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또 비전은 제 지식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동물을 살린다예요. 이것도 첫 수업을 듣고 온 뒤 그 때 회의를 거쳐 설정한 미션이었는데, 핵심 가치에서 표현된 것처럼 우리 병원을 통해 최대한 많은 동물들이 살아나고 아프지 않게 되어 보호자 분도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20.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와 일터에서 일하는 경영자와 리더들을 위해 격려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OKR 경영을 하고 있어요. 직원들이 스스로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과제가 있으면 그걸 목표로 설정하고, 달성하게 되면 포상을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거예요. 그걸 해보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다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고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에 있어서 스스로 고민하고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게 병원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전에 가인지 MBA를 들은 적이 있는데, 들으면서 우리 병원에 적용하고 싶었던 것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우리 병원이 크지 않았던 때부터 이것들을 미리 실천했다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주변에 소형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후배들에게 그걸 이야기해주면, 후배들의 반응이 대부분 그래요. 형이 하는 병원은 크니까 그런 거지 우리 병원에서 그런 걸 해서 효과가 있겠냐고요.
그런데 저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조직 문화와 관련해서 직장의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원장이 신경을 써 가며 그분들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주고 함께 발전해나가면, 병원을 운영하시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 김유승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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