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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사례

_트랩_: 거리감으로 설명하는 스릴러이자 가족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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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말란의 신작은 스릴러를 빙자한 가족영화인 것처럼 보인다.

샤말란은 당연히 스릴러로 유명세를 쌓았지만, 사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가족적인 면모가 상당히 많다.

<싸인>, <해프닝>, <더 비지트>, <글래스> <올드>, <똑똑똑> 등 초기부터 근작까지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 단위가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식스 센스> 또한 말콤(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는 그 유명한 반전만 보면 비극에 가까우나, 마지막 쇼트가 그와 아내의 행복했던 순간을 비춘다는 점에서 미루어 봤을 때 적어도 말콤의 영혼은 가족적인 측면에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고 볼 수 있다. 

식스 센스도 어떻게 보면 부부를 치유하려는 아이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출처: 디즈니

즉 샤말란의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를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그에게 있어 올해는 둘째 딸 이샤나 나이트 샤말란이 감독으로서 데뷔작 <더 워쳐스>를 공개하기에 상당히 중요한 한 해가 된다. 

그렇기에 이번 신작 <트랩>은 그의 가장 직접적인 가족영화이자, 두 딸에게 바치는 영화가 된다.


영화의 초반부터 쿠퍼(조쉬 하트넷)는 딸 라일리(에리엘 도노휴)에게 억지로 신세대 단어를 사용해 가며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경찰이 자신과의 거리감을 좁혀감을 인지하고, 그 자체로 함정인 콘서트장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경찰에 둘러싸인 레이디 레이븐(살레카 나이트 샤말란)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쿠퍼의 시점에서 보이는 무대와 그것을 촬영하는 스마트폰은 레이븐과 쿠퍼 간의 원근감이다. 

쿠퍼의 시선에서 보이는 자신과 레이븐 사이의 거리감. 출처: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반대로 콘서트장에서 탈출한 이후 실외에서는 그녀와 다시 멀어져야 한다. 

쿠퍼가 그토록 아끼는 라일리에게 레이븐이 너희 아빠는 살인자라는 사실을 폭로한다면 거짓말까지 하면서 그토록 노력했던 딸과의 유대는 영영 무위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콘서트장을 레이븐을 이용해 빠져나가면서 실내에서는 그녀를 가까이, 실외에서는 그녀를 멀리해야 하는, 일종의 원근 공식이 성립된다.


거리감을 통해 우리는 쿠퍼가 살인마임과 동시에 아버지라는 두 가지 삶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장 공연장에서 쿠퍼의 얼굴을 반쪽만 보여주거나 분할화면을 적극 사용하는 대목에서 이것이 이미 암시된다. 

그리고 쿠퍼의 집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그 삶들이 조명된다. 

그가 가족과 함께한 사진과 같은 기록은 각각 자아가 서로 침범하거나 그 정체를 들키지 않고 충실히 그들 자신의 삶을 수행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 기록 또한 쿠퍼 혹은 가족의 시점에서 보여지기에 증명 또한 그들에게만 해당한다. 

쿠퍼 일가의 외부에서 이를 응시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딸인 레이븐은 그들이 아닌 사회의 선을 위해 쿠퍼의 이중생활을 붕괴하려 한다. 

아무리 좋은 아빠여도 외지인의 눈에 살인은 살인일 뿐이다. 

위기에 봉착하자 쿠퍼 혹은 도살자는 원근의 공식을 붕괴하고 실외에서도 레이븐을 가까이하려 한다.


그러자 레이븐은 프로파일러에게 배운 대로 어머니의 언어를 그에게 뱉는다. 

이에 반응하는 쿠퍼의 모습을 통해 그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프로파일러가 쿠퍼의 어머니뻘이고, 또 그녀에게서 어머니의 잔상을 목격하는 쿠퍼의 모습이 그 증거다. 

결국, 가족과 가까워지려는 궁극적인 의도는 자신이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반대로 자신의 아이에게는 내상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아낌없이 베풀기 위함이다. 

그렇게 프로파일러에 의해 검거되고, 살인마와 가장 중 어느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며 무너지는 쿠퍼의 편에는 여전히 가족이 존재한다. 

아버지와 남편의 이중적인 면모를 알았음에도 좋은 가장으로서 남아 있는 쿠퍼의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쿠퍼 본인에게는 삶 간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채 아버지이자 살인마의 모습이 공존하게 된다. 

마지막 쇼트에서 탈출을 암시하며 음흉하게 웃는 표정을 비추는 것 또한 도살자의 살의와 동시에 가족에게 다시 가까이 갈 수 있어 희망적인 아버지의 얼굴이 공존함을 말하기 위해서다. 

극 중 쿠퍼와 주변 인물의 정면을 클로즈업한 숏이 많은 이유가 이 마지막 장면으로 설명된다. 

쿠퍼의 두 가지 삶을 구현하려는 조쉬 하트넷의 연기는 엄청났다. 출처: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앞으로 쿠퍼가 호송차에서 탈출한 후의 정확한 전개는 모르지만, 쿠퍼는 잃어버렸던 두 가지 삶을 되찾고 가족에게 다시 당도할 때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경찰과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쿠퍼가 상술한 내용에서 보인 모습과 마찬가지로 감독 샤말란은 대외적으로는 스릴러의 거장임과 동시에 따뜻한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쿠퍼와 공통점을 공유하는 셈이다. 

가족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면 보이는 것이 더 많은데, 레이디 레이븐 역의 살레카 나이트 샤말란은 본작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다. 

영화의 중간 중간에는 둘째 딸의 데뷔작 <더 워쳐스>의 홍보물이 미장센으로 배치된다. 

쿠퍼는 라일리를 위해 오랜만에 샤말란을 스크린에 배우로 소환한다. 

아버지로서 쿠퍼와 샤말란은 각각 라일리와 살레카를 무대 위에 올린다. 

어쩌면 샤말란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목표가 딸을 아름답게 촬영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출처: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두 아버지는 처음 무대 위에 오르는 그들 자신의 딸들을 대중들에게 최대한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려 노력한다. 

무대 뒤에서 진심으로 딸의 무대를 흐뭇하게 지켜본 쿠퍼의 표정은 카메라 뒤로 돌아가 똑같이 이를 지켜보는 샤말란의 그것과 일치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라일리가 쿠퍼에게 안기듯이 아버지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트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버지의 진심을 스릴러의 장르성에 결부하여 구현하여 아이들에게 가까워지려 하는 '가족'영화다. 

어떤 상황에도 가족은 서로 버리지 않음을 극한의 영화적 극한에서 깨우쳐 보자.

 


글/ 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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