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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례

[김호이의 시선] 밸런싱 아티스트 엔소울 김한민 작가가 밸런싱 아트를 통해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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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 승려, 탈영병, 회사원에 이어 밸런싱 아티스트까지. 10년 동안 많은 것들을 쌓고 무너지며 균형을 배운 밸런싱 아티스트 김한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엔소울 김한민 작가 (사진출처: 김호이 기자)

Q1. ‘무너져도 괜찮아‘는 어떤 책입니까? 작가님께서 책 소개부탁드립니다.

저자인 제가 살아온 삶 안에서 그리고 밸런싱 작업을 하며 깨달은 것들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 책으로 늘 쉽지 않은 삶의 중심 잡기에 대해 또 그 중심을 잡기 위하여 우리 자신의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 서술하였습니다.

Q2. 비보이, 승려, 탈영병, 회사원에 이어 어쩌다가 밸런싱 아티스트를 하게 됐습니까?

밸런싱 아트는 말그대로 중심을 잡아 바로 세우는 작업으로써 기존의 제가 겪어온 수많은 역할과 그 안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던 고뇌와 방황을 조금이나마 잠재우고자 더욱 집중하여 작업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에 돌을 조금 특이하고 어렵게 쌓아 볼까? 라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지만 그 행위가 재미있던 저는 더욱 집중하기 시작하였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밸런싱 아트라는 작업에 굉장히 매료가 되었습니다. 그 이윤 밸런싱 작업을 하는 그 순간 제 마음안에 들끓던 수만가지 생각과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이죠.

밸런싱 작업은 오로지 그 행위 자체와 그 순간에 존재하지 않으면 완성시킬 수 없는 작업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순간에 직면하게 되죠.

저의 마음의 중심은 밸런싱 작업을 통하여 상당 부분 완성되어 갔고 완성을 향한 큰 배움의 행위였기에 더욱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밸런싱 아티스트가 되어 있었네요.

Q3. 애정이 가는 작품과 그 작품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애정이 가는 작품은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를 꼽자면 김창준 영상 감독님께서 촬영과 편집을 통해 완성 시켜준 강원도 영월 동강에서의 밸런싱 작업입니다.

좋은 돌이 많다고 하는 영월로 일부러 찾아가 정말 많은 돌이 있는 동강에 자리 잡고 작업하였는데 날이 매우 흐리고 비가 내렸으며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최악의 악조건 속에서 그날이 아니면 안되었기에 강행한 작업이었는데 그만큼 어느때보다 힘들었습니다.

저 자리에 앉은 채로 3~4시간 가량을 수도 없이 무너지고 다시 세우며 중심을 찾아 갔습니다. 감독님이나 저나 극한까지 지치고 지친 상태에서 오히려 마음을 더 비우고 몸의 고됨을 잊을만큼 집중에 집중을 거듭하다 중심을 완성하였습니다. 어려웠던 만큼 가치있고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습니다.

Q4. 밸런싱 아티스트를 하기 위해서 어떤 성격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잘 맞는 성격은 말그대로 차분하며 집중력이 좋고 또 외로운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성격의 사람과 잘 맞는 작업입니다. 참 고독한 작업이기 때문이죠. 우리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전혀 반대의 성향의 사람과 또한 잘 맞을 수 도 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하여 이리저리 자꾸 겉돌고 튀는 자신의 성격을 가라앉히기 좋으며 내면에 꽉 찬 그릇을 비워내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차분한 성격이라면 그 특성을 잘 살려 도전해보면 좋고 천방지축의 성격이라면 그러한 성격을 새로운 방향을 향해 탈바꿈하기에 좋은 작업이니 다 잘 맞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Q5. 밸런싱 아티스트를 하기 위해서 어떤 재료를 주로 사용하십니까?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돌입니다. 그 이유는 가장 다양한 색상과 다양한 형태, 무게, 주름, 등 너무나도 끝없는 형태의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또 돌의 특성상 그 단단함은 중심이 맞아 떨어졌을 때 어느 사물보다 견고하게 세워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자연의 산물이 주는 그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아우라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밸런싱 작업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워내며 점점 완성되어 지는 작업으로 제가 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자연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며 무엇이든 조건없이 내어주고 품어주는 그 텅빈 무한한 그릇의 자연과 말이죠.

Q6. 머릿속으로 상상한 작품이 있었지만 만들기가 너무 어렵거나 아예 실현 불가능해서 실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습니까?

너무나 많습니다. 너무나도. 처음엔 욕심을 많이 부렸습니다. 자신의 중심을 잡기 위해 더욱 몰두한 밸런싱 작업이 오히려 마음에 욕심을 더 키워 더욱 흔들리던 때가 있었죠. 더욱 화려하게 더욱 멋지게 더욱 신기하게 세워보자는 욕심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때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전을 하며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죠.

무조건적인 눈에 보이는 화려함과 더욱 어려운 것에 대한 집착으론 절대 아름답고 가치 있는 작품은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그 시점부턴 더욱 크게 비워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이게 될까 싶었던 것이 오히려 완성되어지기 시작했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밸런싱 아트의 본질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며 그 안에서 갈고 닦이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중심의 완성을 향한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요.

그래서 전 사실 밸런싱 작업이 쇼나 퍼포먼스 적인 부분으로 보여지는 행위에 치중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삶이나 우리 자신에 대한 가치나 더욱 본질적인 것을 깨달아 나아가는 그 정신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제가 세운 대부분의 작품은 어느 순간 보여주기엔 다 너무 오래 걸려서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하하).

(사진출처: 김호이 기자)

Q7. 밸런싱 아티스트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무엇입니까?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늘 결과만을 중시하며 그것을 강요하는 억압적인 사회의 흐름 속에서 무너지고 좌절하며 밑바닥까지 떨어져 버리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를 또한 진정한 삶의 가치는 그 경험의 순간 속에 있다는 것에 대해 말이죠.

전 그래서 어렵게 쌓은 돌탑을 무너뜨린다. 결과에 집착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그 결과 또한 지나고 나면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무너지건 무너지지 않건 완성하건 완성하지 못하건 바로 그 모든 순간 그 자체가 우리 삶 자체이며 그러하기에 어느 한 순간도 빠짐없이 가치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처럼 크게 무언갈 이루었다 하여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가 밸런싱 작업을 통하여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집착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전 저에게 주어진 순간을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Q8. 왜 밸런싱 아트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위에 이야기 한 것 같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을 갈고 닦기 위함이며 밸런싱 작업물을 세상에 공유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 또한 나 이만큼 세운다 신기하지. 가 아닌 그 정신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Q9. 밸런싱 아트를 잘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입니까?

내 안에 쌓아왔던 혹은 쌓여있는 모든 것들을 밸런싱 작업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중심을 찾는 그 행위에 그 순간에 오롯이 충실하는 것이에요.

그리하면 할수록 손에 들고 있는 사물의 무게중심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며 그러하기에 중심 또한 더욱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밸런싱 아트를 잘 하고 싶다면 눈앞에 주어진 순간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Q10. 밸런싱 아트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습니까?

현재는 모두가 다 활용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사진, 영상, 글을 통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책이 나왔으니 밸런싱 작업을 하며 깨닫고 느꼈던 저의 정신을 각종 메체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과 말로써 소리로써 기록해 나아가고 싶은 바람입니다.

(사진출처: 김호이 기자)

Q11. 밸런싱 아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사실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는다 그 정도로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크게 이야기 해서 수시간을 온몸이 저리도록 한 자리에 앉아 노력해왔던 작업물이 정말 다됐다 싶을 정도의 완성의 순간에 단 1mm의 오차로 와르르 무너져 내릴때입니다. 그 허무함은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시 또 세웠죠. 완성의 직전 다 무너진 후 그것을 다시 새롭게 쌓아나가는 순간 난 그러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12. 일과 삶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고 있습니까?

이것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나에게 있어 일과 삶은 둘이 아니다 책에도 썼지만  나에게 있어 삶과 예술 또한 둘이 아닙니다.

모든 나뉨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은 이렇듯  수많은 분별들이 사실은 둘이 아님을 깨닫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삶이 있어 일을 해나아갈 수 있는 것이고 일을 함으로써 삶을 살아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나누지 않는 마음이며 그것이 곧 중심의 마음입니다.

Q13. 무너졌던 순간 무엇을 놓고 무엇을 다시 붙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무너진 모든 것을 놓았고 그래서 텅빈 저를 붙들었습니다.

Q14. 엔소울 작가의 다음 스탭은 무엇입니까?

책에도 쓰여있지만 전 다음 스텝을 계획하지 않습니다. 결말을 몰라 그저 기대할 뿐인 영화와 같이 삶을 바라보며  주어진 순간에 충실할 뿐입니다.

밸런싱 아티스트가 되려고 하지 않았으며 책의 저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답게 나의 삶을 살고자 했을 뿐입니다.

다음 스탭이 있다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엔소울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Q15. 마지막으로 삶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더 맛있는 음식,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 더,더,더 끝도 없는 욕심으론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더 마음껏 살자가 되어선 안됩니다.

그만큼 갑자기 찾아오는  마지막의 순간에도 후회 없는 삶의 가치를 깨달아야 합니다. 우린 마지막 순간에 분명 이 차를 타 봤어야 했는데 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살아온 삶.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 또한 그 순간순간의 수많은 기억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그 순간 후회없는 삶의 가치란. 바로 ‘그 삶 속에서 나는  어떠한 정신으로 살아왔는가?’일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의 균형은 그래서 물질의 취함 정도가 아닌 정신의 갈고 닦음으로 완성되어 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로지 순간뿐인 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분들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기를 바라며 그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이야말로 우리 삶의 균형을 잡아줄 가장 가치 있는 노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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