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예지 기자
본 인터뷰는 김희봉 작가가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향후 ‘김희봉이 만난 사람’ 인터뷰 시리즈를 사례뉴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희봉 작가는 교육공학박사로 공주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윤리 교육과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국방대학원 및 한양대학교에서 리더십(M.A)과 교육공학(Ph. D)을 전공했습니다.
그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HRD 컨설팅, 교육과정 개발, 강의 및 코칭 등을 수행하면서 군(軍), 대학교, 컨설팅사, 대기업 등에 속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성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으며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매력과 가치를 알고 의미와 재미 그리고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울러 HRD는 이론과 실제가 접목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와 한국인적자원관리학회 편집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학술연구와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휴먼웨어101’ ‘다시 강단에서’ ‘리더스타그램’ ‘HRD연구방법가이드’가 있으며 뉴스레터인 HRD Curator의 발행인이기도 합니다.
이재경 교수는 숙명여대 문과대학 교육학부와 일반대학원 교육학과에서 교육공학 분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6년 동안 숙명여대에서 교수학습센터장(사이버교육원장, 원격교육연수원장 겸직)으로 보직을 수행했고, 2018년 10월부터는 교육혁신 원장을 맡아 교육혁신원 산하 교수학습센터와 대학 IR 센터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육 및 HRD 분야’에서 계속 공부하고 일했으며 학부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석사과정에서는 교육 방법을 세부전공했습니다. 1995년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Instructional Systems Technology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시카고에 있는 Anderson Consuting Education에서 인턴십을 했고, 귀국 후에는 1년 동안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교육본부 교육컨설팅팀에서 기업교육 및 HRD 관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 교육정보화 정책 관련 연구를 위해 1997년 한국 교육학술정보원의 전신인 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로 이직했고, 1998년부터 3년간은 원광대학교에서, 2001년부터는 숙명여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이재경 교수는 “좋게 표현하면, 한 우물을 파서 전문성을 개발한 것이지만, 달리 보면, 다양한 관점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다른 분야나 전공의 전문가들과 만나서 질문하고 배울 때 정말 신나고 재미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래는 김희봉 작가가 이재경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Q1. 현금 100만 원이 생겼고 3일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현금 100만 원이 사라지기 전에 가장 쓸모 있게 사용하는 방식을 찾고자 고민할 것입니다. 사실 100만 원은 엄청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아주 적은 금액도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 저는 100만 원이 쓰여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즉, 가능한 최대의 효용가치를 가질 수 있는 용처를 물색할 것입니다.
일단, 저는 제 자신의 오락이나 취미, 물품 구입 등에는 그다지 욕심이 없고 늘 후순위로 미루는 편이기 때문에, 저보다는 다른 사람의 필요를 우선적으로 채워주고자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기부처는 제가 아는 신부님이 도와주시는 노량진의 ‘길벗 사랑공동체’입니다. 길벗은 노숙인을 말합니다. 제가 현재 거주하는 곳이 서울역에서 가깝다 보니 오가는 길에 길벗들을 자주 마주치곤 합니다.
봄, 가을은 그나마 견디기가 조금 낫겠지만, 매서운 칼바람, 온몸이 꽁꽁 어는 한파 속의 겨울이나 뜨거운 태양 아래 숨쉬기조차 힘든 폭염과 세찬 비바람, 천둥번개가 요란한 여름철에 조그만 벤치 위에 고된 몸을 누이는 길벗들을 보면서 늘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이런 까닭에 이번에 생긴 현금 100만 원은 ‘길벗 사랑공동체’에 전액 드리고, 그분들 뜻대로 사용하시도록 하겠습니다.
Q2.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봤을 때 바꾸고 싶은 것과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입니까?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세상에 만만한 인생은 없다”라는 찰스 사이키스의 책 제목이 생각나는 질문입니다. 제 인생의 경우, 얼핏 보면, 일류 대학 나와서 미국 유학 다녀오자마자 좋은 직장들에서 순조롭게 승승장구하며 살아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중요한 장면에서 실수도 많았고, 좌절도 많이 했고, 부지불식간에 주위 사람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론 받기도 하면서 근근이 버틴 시간들도 꽤 많았습니다.
찰스 사이키스는 “행복도 불행도, 성공도 실패도 모두 인생이다.”라지만, 제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다면,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조금은 더 행복하게 지내고, 저는 공동체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부정적이고 불평하는 생각을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놓였을지라도 돌이켜 “그래도~~라서 다행이야.”라며 감사할 거리를 찾는다면 순식간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표정이 밝아지며, 미소와 웃음을 짓게 됩니다. 그리고 머잖아 그 힘든 상황을 바꾸거나 이겨내는 놀라운 마법을 체험하게 됩니다.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은 저의 ‘신앙’입니다. 신앙과 종교는 다르고,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29살 겨울, 유학 떠나기 보름 전에 뜻하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했고, 유학 시절 내내 하나님과 동행하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비록 세상 학문의 정점이랄 수 있는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서 공부를 했지만, 세상의 온갖 지식과 처세술과 비교할 수없이 강력한 절대 지혜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세상 여러 학문과 지식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요한, 8:31)”는 말씀을 곱씹으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속에서 지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Q3. 20대의 자신을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십니까?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제 인생의 20대는 한 마디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어둡고 우울한 회색으로 기억되는 시기입니다. 재수 끝에 84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독재 타도”를 외치며 최루탄을 맞아가며 시위하는 학생들을 마주해야 했고, 1학년 2학기에는 ‘중간고사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을 것인가, 아크로폴리스 광장으로 가서 시위대에 동참할 것인가? 거의 매일 부딪히는 현실의 선택지 속에서 20살의 저는 정말 많이 혼란스러웠고 방황했습니다.
무엇이 참이고, 진리이며,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주의 주장이 옳다고 외쳤지만 그 역시 하나의 관점일 뿐이어서 성에 차지 않았고, 저는 완벽한 설명과 정답을 찾아서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습니다. 마치 ‘큰 바위 얼굴’을 간구하듯이, 진리를 알려줄 것 같다면 어느 자리이든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강의실에서는 교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도서관에서는 철학과 사상 책을 탐독했으며, 광장에서는 열심히 구호를 외치고, 써클 세미나에서는 치열한 토론에 동참했습니다. 불교 동아리에서 법구경을 접했고, 혹시나 싶어서 찾아간 천주교 동아리 신입 모임에서 처음 만난 신부님께는 느닷없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의 홍수를 스스로 감당할 수 없었던 저는 잠시라도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한계상황에 봉착했고, 1987년, 4학년 1학기 종강을 보름 앞두고 마지막 발표를 마치자마자 학과사무실에 들러 휴학계를 던지고, 그해 6월 항쟁 대열에 한 시민이 되어 참여했습니다. 대학생의 낭만과 생기발랄함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던, 정말 암울하고 치열했던 20대 전반부였습니다.
이제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20대 초반의 저를 만난다면 어떤 얘기를 해 줄까요? 그 후에 만난 진리의 세계를 알려주고 그 암울한 시절을 건너뛰게 해 줄 묘약을 전해줄까요? 글쎄요...저는 그보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힘들지...? 많이 힘들지...? 그런데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지금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끝까지 파고 들어서 묻고 또 물어봐...다른 사람들, 교수님이나 유명한 사상가, 사회 지도자들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지 마...그 말들의 허점을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똑바로 직시해...아직은 진리를 못 만났지만, 포기하지마. 결국은 네가 찾아 헤매는 진리를 만나게 될거야...”
그렇습니다. 20대의 뿌연 회색 연기를 속히 걷어내고 싶긴 합니다만, 어쩌면 그 치열했던 고뇌가 있었기에, 절대 진리가 만나러 와준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저처럼 힘들어하고 방황하는 20대의 젊은이들을 만나면 가만히 속삭여줍니다.
“힘들지? 나도 그랬어...그런데 포기하지 말고 버티고, 견디고, 치열하게 고민해.. 무조건 믿지 말고 의심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다 보면 진리를 만나게 될 거야...”
Q4.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동기부여하십니까?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제가 살아오면서 추구했던 여러 덕목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가치, 의미, 합리성, 진정성을 우선적으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때로는 하고 있는 일이 버겁거나 하기 싫어서 자꾸만 뒤로 미룰 때가 있기도 하지만, 그 일의 가치나 의미를 인식하게 되면 결국은 밤을 새워서라도 최선을 다해 그 일을 마무리하곤 합니다.
물론 저도 가끔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고 쓸모없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서 정책을 제안하고 주장을 피력해도 다수의 견해 차이로 인해 수용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상황에 대해 실망하고 불평하기도 했습니다만, 언제부턴가 제 주장을 객관화하면서 다수 의견의 합의사항을 존중하고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나만 옳다!”는 아집이 있지는 않은지, 좁디좁은 시야로 내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성찰하면서 타인과 다수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비난이 아닌 대화의 자세를 견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단번에 큰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혁명’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개선’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Q5. 계획한 일의 진도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경우에는 어떻게 하십니까?
예전에 저의 MBTI를 검사했더니 ‘INTP(논리적 사색가형)’으로 나왔고, 그 설명이 평소 제 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가진 기질 중에서 특히 두드러진 것은 논리적 사고와 직관력입니다. 그동안 경험을 돌이켜보면, 제가 계획했던 일의 진도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될 때 저는 제일 먼저 진도가 더디게 진행되는 원인부터 파악합니다. 이때에는 큰 숲을 보되, 관련된 여러 요인들이 빚어내는 역학 관계를 찬찬히 분석하면서 어느 부분이 막혀 있는지, 그 통점(pain point)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찾아내곤 합니다.
이런 접근은 제 전공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체제적 접근 방식(systemic approach)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 방식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여러 구성요소들의 유기적인 상호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어 현상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여럿이 일하는 경우에 종종 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체제적 관점으로 현상과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찰력을 발휘하여 원인을 찾아내어 구성원들과 공유했을 때 소위 ‘집단지성’이 더 잘 발휘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Q6. 평소에 어떤 방법으로 학습하십니까?
예전에 영화 제목으로도 쓰였던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주목했던 단어는 ‘학생부군(學生府君)’이었습니다. 벼슬을 하지 못했거나 깊은 공부를 하지 않은 보통의 남성을 일컬을 때 ‘학생(學生)’으로 지칭했던 것인데, 요즘 같은 ‘평생학습(平生學習)’ 시대에 걸맞은 멋진 벼슬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세상 학문이나 지식, 정보가 완벽한 절대 진리가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그것의 효용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죽을 때까지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제 전공 관련해서는 새롭게 쏟아지는 많은 문헌들을 우선적으로 섭렵합니다. 예전에는 연구실과 서재에 빼곡하게 종이책들을 구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정독했습니다만, 수년 전부터는 종이책을 e-Book으로 만들어서 폴더에 저장하고 검색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효율적이긴 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종이책에 직접 형광펜으로 표시하거나 메모하던 느긋한 즐거움을 누리기 어려워서 아쉽기도 합니다.
저는 새 책 혹은 논문을 구하게 되면 제일 먼저 ‘목차’와 ‘요약’을 매우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책과 논문의 체계와 저자의 핵심 메시지를 나름대로 파악합니다. 이때 매우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이 ‘저자가 던졌던 혹은 해결하고자 했던 ‘질문’이 무엇인가?’입니다. 그리고, 해당 문헌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방안의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책과 논문에 담겨있는 주의 주장이 논리적이지 못한 경우에는 저의 반론(질문)을 메모로 달아둡니다.
이 방식은 제가 학습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학생들의 논문 지도나 공부 지도를 할 때에도 강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수업 시간에 강의할 때에도 이 방식을 따르는 편입니다. 즉, 목차를 통해 큰 맥락을 잡아주고, 질문과 핵심 개념, 핵심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학생들이 해당 이론이나 학자의 견해를 이해하되,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Q7.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 또는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기면서 그 틀에 갇히거나 매너리즘에 빠져서 새로운 혁신이나 발전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저 역시 교육공학 혹은 교육과 HRD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다 보니 문득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자각을 하거나 위기의식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에 저는 최신 동향을 소개하는 전문가의 강연을 챙겨서 듣고, 질문이 생기면 주저 없이 묻는 편입니다. 대개 전문가의 강연은 1~2시간 안에 핵심을 함축해서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효율적으로 습득하기에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연 후에는 발표 자료를 반드시 구해서 메모와 더불어 복습합니다. 전문가의 강연이 일종의 마중물이 되어 저의 생각과 지식을 확장시켜 나가는데 매우 도움을 주며, 추가적인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기 때문입니다.
강연 못지않게 저의 나태함을 반성하게 하는 것은 다른 전문가들과의 토론입니다. 강연이 다소 일방향적이라면, 다른 전문가들과의 토론은 상호적인 소통을 통해 저의 편협한 시각을 열어주고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배우고자 하는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상대방의 주의 주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전제로 토론에 임했을 때,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보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제 자신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라고 여깁니다.
Q8. 자신을 움직이는 힘, 즉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신앙이나 종교 얘기는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하는 이 서면 인터뷰에서 저를 움직이는 핵심 원동력이 신앙임을 당당히 말씀드립니다.
29살에 처음 하나님을 만나 신앙을 갖게 된 후로 인생의 고비 고비에서 주저앉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신앙의 힘으로 다시 힘을 얻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저의 카톡 프로필에는 “동행, 하루하루 성령 충만하길 기도하며~”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불완전하고 미숙한 저의 얄팍한 지혜 대신 성령의 지혜로 채워지길 진심으로 간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울하거나 불안에 휩싸여 신음하거나 에둘러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 학생, 친구, 선배나 동료 등등 많은 이들이 뜻한 대로 상황이 풀리지 않을 때 낙담하고 주저앉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너무 안타깝지만 속으로 기도합니다. 그리고 밖으로는 “지금은 너무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라서 다행인 것 같아요.”라는 말을 전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제가 보건대, 그 구멍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감사하는 말로 표출될 때, 결국은 황폐한 사막을 젖과 꿀이 흐르는 옥토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Q9.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데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이 세상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저는 참으로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성격이 나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틀리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이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은 MBTI 덕분입니다.
혹자는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다거나 너무 맹신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지만, 제가 파악하는 MBTI의 취지는 어떤 사람을 16가지 유형의 한 유형으로 가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성격을 한 차원 위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세상에는 자기 성격 유형 외에도 15가지 다른 성격 유형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예전에 저는 일상에서 혹은 일터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제 관점에서 평가하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조직의 목적이나 방향에 맞지 않게 행동하면서 분위기를 해치고 업무 성과도 내지 못할 때는 상담이나 조언이라는 미명 하에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을 바꾸려는 많은 노력은 대체로 헛수고로 끝났었고, 그럴 때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데... 사람은 진짜 안 변하나봐”라면서 체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노력했지만 안 바뀌는 성향이 저 자신에게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는 상대에 대한 평가나 비난을 하기보다는 상대의 기질이나 성향, 상대가 중요하게 추구하는 가치를 먼저 묻고 이해하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아하~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라는 맞장구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어머~ 저하고 성향이 다르시네요, 참 재미있는데요!”라는 감탄사가 진심에서 나오게 되자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전에 비해 월등히 편안해지고 좋아졌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리거나 나쁜 것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그리고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밭을 보며 감탄하듯이, 다양한 개성 덕분에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관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Q10. 리더십과 HRD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도서, 공연, 영화, 장소 등)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도서나 공연, 영화, 장소를 특정하기보다는, 저한테 깊은 감동을 줬고 본받고 싶은 어른, 두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 분은 “풍운아 채현국”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분으로, 유튜브에서도 ‘어른을 찾아서, 제4화 시대의 풍운아 채현국’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분의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하고, 그 경지를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운데, 저는 이 분이 남긴 수많은 말씀 중에서도 특히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한 가지 문제에 무수히 많은 해답이 있을 뿐!”이라는 말씀이 와닿아서 강연할 때도 즐겨 인용하곤 합니다. 많이 흠모하는 분입니다.
또 다른 분은 유한양행의 설립자 유일한 박사님입니다. 예전부터 책이나 영상으로 많이 접했고, 존경하며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 워낙 일화가 많은데, 자본주의 사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어떻게 천민자본주의에 빠지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선을 추구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도록 했습니다. 요즘 같은 세태에서 더욱더 생각나는 어르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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