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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례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상무가 밝히는 창의력과 조직 문화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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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성현 기자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크리에이티브 부문 한명수 CCO
그가 주창한 가장 큰 리더의 미덕 중 하나는 '솔선수범'
본 인터뷰는 1월 23일 개최하는 'CC(Christian CEO) 컨퍼런스' 인터뷰 특집으로 진행됐습니다. ‘CC 컨퍼런스’는 ‘비즈니스는 사랑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비즈니스 필드에서 크리스천의 비전과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크리스천 CEO를 위한 특별한 자리이며, CTS기독교TV와 가인지컨설팅그룹이 공동 주관합니다.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상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일하면서 우아한형제들이 세상에 선보인 신선한 마케팅 및 광고 캠페인과 디자인 등을 총괄해 왔다.

또한 중간 리더의 시선에서 수많은 리더와 팀원이 교류하는 사례를 지켜봐 오기도 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이러한 경험에서 우러난 창의력과 조직 문화의 비결을 전수한다. 다음은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상무 인터뷰 전문이다.

Q1. 인터뷰를 시작하기 앞서 한명수 상무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명수라고 합니다.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CCO라는 타이틀이 있긴 한데 CCOndae(꼰대)의 약자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Q2. 이전에 ‘자신은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 마음을 움직여서 영리 기업을 부유하게 하고 직원을 생기 있게 일하도록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상무님께서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 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제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눈에 안보이는 것들을 유형의 감각으로 느끼게끔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을 좋아합니다. 콘텐츠일 수도 있고, 광고일 수도 있습니다. 양질의 감성적인 표면을 갖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 목표 달성을 돕고, 고객 마음을 얻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정서가 풍성해집니다. 어떻게 보면 기술적 활동인데, 이 기술로 돈도 벌고, 마음의 양식도 쌓는, 겉과 속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3. 공통 질문입니다. 상무님께서 정의하시는 비즈니스 속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실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어려운 질문 같습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게 너무 거대한 일인데, 제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속 ‘사랑’은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서 자연스런 모습으로 그대로 돌아가게끔 하는 것입니다. 반대의 개념으로는 기계적으로 억지로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겠네요. 그럼 사랑은 결국 외부로 흘러가요. 자연은 숲처럼 퍼져 나가기 때문이죠. 오늘도 비즈니스를 위한 회의를 4건 정도 진행했습니다. 회의 때 서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격려하면 마음이 따뜻하고 기분이 좋은데, 그럼 일이 잘될 수 밖에 없어요. 이는 다시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구요. 이게 제가 하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Q4. 상무님께서 가지신 탁월한 창의력과 영감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창의성은 참 모호한 개념인데, 일단 보이는 것에 속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빨간 옷을 입고, 뿔테 안경을 쓰고 있어서 창의적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속으면 안 됩니다. 저는 한국에서 정통 주입식 교육을 받아서 어릴 때 질문한 적 한 번 없고. 베끼기에 능해서 입시미술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한 덕에 예체능 학교에 진학했을 뿐입니다.

창의성은 일상의 늘 작동되는 환경 속에서 잠깐 멈칫하며 ‘이게 아닌데’라고 깨닫는 순간부터 생긴다고 믿습니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어,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 우리가 알고 있었던 내용이 당연하지 않고 ‘Out of box’라는 말처럼 ‘야, 그 박스에서 나와 봐. 새롭게 보여’라고 자신에게 말하는 거죠. 새롭게 보인다는 말이 별 게 아니라 박스 안에서 나오면 됩니다. 무언가가 보입니다.

예를 들어 나 자신에 몰입하면 내가 안 보이는데, 타인이 되는 것처럼 내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기술 같은 거죠. 전혀 질문하지 않던 사람이 박스 안에서 한 번 나오게 되면 ‘되게 웃기다. 이상하다. 이거 왜 그러죠?’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해요. 그런데 그런 질문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지가 다음 문제입니다. 만약 이상하게 여기거나 싫다는 반응이면, 수치심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에 한 번 기어코 열렸던 상자가 바로 닫히고요, 반대로 칭찬해주면 다시 한번 그 감각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운도 따릅니다. 어떤 반응을 얻는가에 따라 창의적 감각을 훈련하는 정도가 달라지니까요.

Q5. 그렇다면 성경에서 인사이트를 얻으실 때도 있으실까요?

엄청 많죠. 예를 들면 책을 읽다가 글자가 튀어나와 내 알 수 없는 마음 속 깊이 이야기를 전달해 준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그 글자를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왜 썼는 지 알게 되면 달리 보이는데, 우리가 성경을 그렇게 잘 읽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 감각에 마비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 ‘이 책은 옛날 옛적 야만의 시대에, 인권이라는 말조차 쓰이지 않던 때, 생각의 밑바닥부터 우리와 전혀 달랐던 때에 나왔다’고 인지하면 영감이 샘솟습니다. 그래서 한 문장이라도 각기 다른 해석이 등장한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맥락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성경은 납작해집니다.

Q6. 이제는 조직 문화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기업을 재미있게 만드는 상무님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회사는 원래 재미없어야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일하는 모습을 재밌다고 여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기도 하네요. 이처럼 재밌다고 반응하는 이가 있어야 그걸 지속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 ‘재밌다’라는 개념은 누가 인정하는 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먼저 우두머리가 재미있어 하면 거기에서부터 모든 그릇이 만들어져요. 만약 숫자로 인한 재미만 탑리더에게 느껴진다면 숫자 중심의 회사가 되구요, 우두머리가 문화적 감성에서 재미를 느끼면 그 회사에 문화적 감성이 자연스레 뱁니다. 제도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저를 고용하신 분의 감각이 저보다 훨씬 좋고 깊기 때문에 여러 감각의 재미가 회사 시스템에 들어올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즉 조직에서 ‘재미’의 기준은 절대 밑에서 올라오지 않습니다. 위에서 내려가죠. 제가 재미있게 살아야 겨우 내 밑에 있는 사람들이 재미를 조금이라도 얻어갑니다.

안녕 인사부터 메일 작성, 회의 방식, 말투, 각 상황에서 윗사람이 어디에 앉는지까지 일일이 의식적으로 다 신경 써야 합니다. 만약 윗사람이 하는 그 무언가가 따라할 만하다고 생각하면 구성원들도 자연스레 따라 합니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죠. 감각적으로 ‘저렇게 해봐도 참 재밌고 좋구나’ 직관적으로 깨닫기 때문입니다. 회의할 때나 회식할 때 윗사람이 항상 가운데 앉는 것이라 여겨 가운데 자리를 비워두는 경향이 있는데, 윗사람이 구석에 앉아있어도 분위기가 자연스럽고 좋으면 그것은 따라할 만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Q7. 최근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많고, 조직 분위기 또한 수평적으로 바뀌는 과도기에 있는 듯합니다.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조직의 수평적, 수직적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수평과 수직은 되게 어려운 개념인데,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일은 탑다운(Top-down, 위에서 아래)으로 돼야 빠르고 잘 됩니다. 윗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회사 내 업무와 관련해서 모든 일들을 민주적 의사 결정 (다수결의 찬성, 수평적 구조)으로 해보려는 것은 어려운 시스템 만들기입니다. 민주적 결정은 책임을 다수가 지게 하는 일이라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때 아무도 책임을 안 집니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약간의 독선이 필요한 이유이지요,  

수평’의 개념은 일과 상관없는 항목에 해당됩니다. 출근길, 북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윗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만원 경보음이 울려서 타지 못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특히 대표가 그럴 때, 그 때 반응이 어떤 지 보면 됩니다. 이건 일과 상관이 없습니다. 대표여도 시간이 부족한 건 똑같고, 거기서 문이 닫히고 하급자가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면 수평적인 겁니다. 그런데 누군가 ‘아이고~ 먼저 타시죠’ 하면 수평이 무너진 상태고요.

일과 상관없는 일에 위계를 나누면서 권위에 대한 태도를 왜곡하는 거죠. 권위는 책임져야 할 때 사용하잖아요. ‘내가 결정할 게’, ‘나를 믿어’, ‘내가 책임질 게’ 이게 권위이고, 엘리베이터에 먼저 타는 건 권위가 아닙니다. 이게 수평과 수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다른 예는 탕비실에서 컵을 씻는 일입니다. 이건 일과 상관이 없잖아요. 만약 그걸 임원이 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그걸 보고 눈치가 보여 제가 닦겠다고 하면 수평이 아닌 것이죠. 반대로 대표가 컵을 씻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마음으로 지나가면 그게 수평적 관계입니다.

예시는 무궁무진한데, 이러한 수직-수평의 일들은 회사 자리 공간 배치부터 시작됩니다. 저는 어떤 조직에 방문하면 제일 먼저 자리 배치부터 봐요. 팀장은 항상 구석에 앉아 있고, 임원은 항상 방에 있고, 대표실이 가장 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것을 ‘권위의 모양새’ 라고 부릅니다. 수평적 관계는 그런 모양새에서 작동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 업무자리는 여타 구성원가 다르지 않게 똑같은 트인 공간에 같은 책상 넓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Q8. 팀원의 창의성과 역량을 이끌어내는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크리에이티브를 남으로부터 끌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회사에서 제가 하는 일은 구성원들이 가진 엄청난 생각과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끄집어 내서 성과로 전환시키는 일인데 첫 시작은 웃는 것입니다. 구성원의 시덥지 않은 아이디어와 뻔한 생각들로 만들어진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환하게 웃음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누구나가 상대의 눈치를 보고 상관의 반응에 다들 민감합니다.

그래서 윗사람이 멍충하고 바보 같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서 심리적 벽을 확 낮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구나’ 라는 것을 충분히 느껴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니까요. 누군가 꺼낸 아이디어가 정말 별로여도 ‘와우~ 브라보! 대박이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나보다 낫네’ 라는 반응만 해줘도 그 다음 일은 자연스레 좋아집니다.  

창의성은 누구나 다 안에 가지고 있지만 그걸 밖으로 끄집어내서 정제할 때 창의’력’이라 부릅니다. 능력인 것이지요. 안에 감춰진 생각만으로는 뭔가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저희 회사에 입사한 분들은 초반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설픈 아이디어들을 머뭇거리지 않고 끄집어내는 훈련부터 시작해요. 처음에는 눈치 때문인지 힘들어하는데 동료들이 자연스레 여러 방식으로 밖으로 표출하는 것을 보면서 용기 내어 따라하게 됩니다.

저도 억지로 푸시해서 아이디어를 내게끔 하진 않아요. 같이 웃고 떠들면서 그들을 존중해주면 가만히 있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유익하다는 것을 결국 깨닫게 됩니다. 조직에 배어 있는 문화를 통해 감각적으로 깨우치는 것이지요.

Q9. 모 커뮤니티에서 우아한형제들이라는 기업을 놓고 ‘업무 강도는 높지만 직원이 높은 만족도를 느낀다’는 반응을 제시했습니다. 어떻게 탁월함과 하나님 사랑 실천을 동시에 성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쉽게 말하면, 조직에 정치적인 사람들이 굉장히 적어요. 있다 하더라도 못 버티고 금방 나갑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정치적인 성향으로 일을 잘되게 하려는 사람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힘있는 자에게 줄을 서거나, 편을 가르거나, 내 이익을 위해 정보를 차단하고 배척하거나, 술수를 부리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일 중심으로 몰입해서 ‘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문제를 풀려 합니다. 경영진부터 그런 분위기가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 문화에서 ‘배려와 존중’ 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혀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협업할 때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은 항상 존재하고, 이들을 설득하거나 논박 과정을 거치는데, 끝에는 좋지 않은 감정이 남습니다. 대화가 안 통하면 협업하는 사람이 답답하고 기분도 나쁘죠. 이걸 어떻게 해결할 지가 회사 시스템에 녹아져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저희는 조직별로 회고문화가 잘 활성화 되어있는데요, 프로젝트가 끝나면 참여자가 다 모여 솔직한 감정으로 미안함과 서운함, 감사함, 아쉬웠던 것들, 뿌듯한 것들, 분주해서 놓쳤던 감정의 고백들을 대체로 잘 얘기하면서 조직 공동체의 나은 관계를 다져 나가고 있습니다. 회고를 제대로 하면 건강한 감정이 흐르고 좋은 느낌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꾸준히 할 수 밖에 없는 제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감정’이란 것이 공적 영역에서 얼마큼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어 나오는 지가 중요합니다. 큰 조직에서 개인의 감정을 밝히기를 어색해 하거나, 혹시 꺼냈다가 피해를 볼 것 같아 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직 차원에서 감정에 대한 보살핌을 섬세하게 다루기는 쉽지 않지요.

그래서 회사는 그런 부분을 소홀히 하다가 경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조직문화가 경직되지 않게 하려고 개개인의 감정이 솔직하게 흐르도록 제도적인 면과 문화적인 흐름 양쪽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사랑에 관해서는, 사랑은 감정이라는 감각으로서 알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 간의 감정적 소통이 자연스레 이루어져야 하나님 사랑도 느낄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을 대표하는 글꼴 중 하나인 배달의민족 기랑해랑체. 사진 출처: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Q10. 그렇다면 상무님께서 생각하시는 크리스천 CEO만의 차별성이 있을까요?

옛날에는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든 허상이죠. (하하) 매일 회사 골방에서 예배 드리고, 헌금 잘 하고, 사람 쉽게 안 자르고, 보살피고 선한 일 하고, 말 곱게 하고, 술 안 먹고 돈 잘 나눠주고 등등. 이른바 ‘교회오빠’, ‘교회누나’ 스타일과 같은 모습을 그렸으나 지금은 다 깨부수고 좀 더 본질적인 생각을 합니다. 요즘 생각은 CEO가 구성원들 정직하게 일하게 하고 일에 몰입하게끔 환경 구축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구성원이 일에 몰입하게 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내는 센스가 중요한데요, 물리적 환경, 돈의 투명한 집행, 팀끼리 협업할 때의 재미, 의사결정 방법, 다양한 사람들의 개별성을 지켜주면서 한 방향으로 모으는 ‘감각’같은 것입니다. 이건 크리스천인지 여부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일단,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제일 기본인데 이게 부족한 상태에서 영성이 들어간다 한들, 그 CEO가 섬기는 조직문화는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질문에서 말씀드린 수평과 수직 이야기도 결국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구성원들 일 잘하게끔 도와주고, 존중해 주는 데 특별한 기독 신앙의 무언가가 필요하지는 않잖아요. 거룩한 기업 비전이 있다고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것인지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 회사에서 잘 버텨내려는 구성원들이 땅 위 보편적 은혜에 감사하며 살 수 있도록 그 처지와 수고를 잘 알아줄 수 있는 낮은 귀만 있어도 훌륭할 듯 합니다.

Q11. 상무님께서 ‘배민답게 일하자’고 말씀하신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배민답다’는 무엇이고, 그것이 조직 내에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실천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을까요?

배민다움’은 현재의 저희 구성원들도 해석하기 어려워 하는 용어입니다. 굳이 쉽게 정의해본다면 ‘협력하고 배려해서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목적을 이루는 문화’입니다. 배려와 협동이 굉장히 중요한데, ‘함께 일하는’ 팀웍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일 잘해서 성과내는 것의 반대라 보면 됩니다. ‘배려와 협동’이 얼마나 중요했냐 하면 회사 초창기 7년 정도는 500여명이 될 때까지 구성원 개별평가를 아예 하지 않았던 CEO의 철학적 소신이 있었습니다. 평가를 안 하면 비교와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협력이 잘 되는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협력하고 배려하려면 먼저 서로를 알아야 하잖아요. 구성원들끼리 얘기를 많이 나누게 해야 하고, 얘기를 많이 나누게 하려면 친해야 합니다. 바쁜 와중에 친해지게 만들려면 출근하자마자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면 됩니다.

사무실 입구 앞에 ‘우물가(수전과 공동테이블과 먹을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게 하고 서로 스치듯 인사하고, 담소 나누면서 활기찬 에너지를 만드는 거죠. 음악도 사무실에 까페처럼 늘 틀어 놓습니다. 음악이 있으면 시끄럽게 말을 해도 덜 눈치가 보입니다. 조용히 숨지 말고 말을 많이 하라는 것이죠. 이렇게 우리만의 협력과 배려에 대한 정의를 해 놓으면 나머지는 다 자연스레 설계됩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진행하는 '우수타' 현장. 사진 출처: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Q12. 이외에도 우아한형제들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 공간에 구성원 전체가 모여 탑리더에게 질문하고, 리더가 답하는 형식의 ‘타운홀 미팅’이 있습니다. 1980년대 외국기업에서 시작한 형식을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도입하고 변형해 10년 정도 해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우수타(우아한수다타임)’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구성원들 이야기를 직접 듣고 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리더도 직접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VOC와 비슷합니다. 주기적으로 집단의 우두머리를 앉혀놓고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인데. 자연스러운 질의응답 과정이 중요합니다. 사전에 질문을 받고 준비를 하는데 익명으로 합니다. 실명으로 하면 눈치때문에 솔직한 질문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전 다니던 어떤 회사는 윗분이 듣기 좋은 질문만 필터링해서 진행하는 기업문화실 담당자가 있었습니다. 어렵고 불만 가득한 질문은 사전에 거르는 것이지요. 리더가 듣기 좋고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진행한 후 타운홀 미팅 행사 끝나면 홍보기사를 만들어 ‘수평적 소통을 하는 회사’ 타이틀로 보도합니다. 그것을 반복하면 구성원들은 무기력해지며 모든 행사를 형식적으로 참여하고 뒤에서 뒷담화를 더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같은 행사, 제도와 형식이라도 그것을 어떤 방식과 태도로 운영하는 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문화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희 회사도 10여년 전에 직원 수가 30명 넘어갈 때 즈음 탑리더가 감각적으로 직원 소통이 막힌다는 느낌때문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갖춰진 형식을 갖고 진행한 것이 아니라 한두 명씩 자발적으로 자연스레 모이도록 한 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한 것이 제대로 작동한 것입니다. 작게 모여 소담스런 일상의 대화를 리더와 30분 정도 나눴는데 그 감정과 경험이 좋았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도 입소문을 듣고 참여하고 ‘가고 싶은 자리, 대표와 만나도 이렇게 재밌구나 느끼는 자리’ 로 자리매김하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연’이라는 원리를 주셨는데, 인위적인 시스템 세계 안에서도 자연스러운 것이 기분 좋게 오래 작동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인간 작동 방식도 알게 됩니다. 여기에 조직만의 문화적 메커니즘을 더해 관찰하고 변형하면서 제도를 만들면 됩니다.

조직 인원이 늘어나고 불편한 질문이 계속 생기더라도 리더는 모든 구성원들 앞에서 그 글을 편집하지 않고 전부 읽어주는 것이 존중입니다. 구성원은 ‘내 불편한 질문을 다 읽어준다’고 생각하며 투명함을 느낍니다. 못된 어투가 있었다면 스스로 반성도 하게 됩니다.

조직에서 이런 다양한 소통들이 자연스레 흐를 때 ‘심리적 안전감 (psychological safety)’이 생기고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 군집이 행동하는 방식이 상황에 따라 다르며 리더가 어떤 반응과 감정으로 그 상황을 대하는 지는 한 조직의 제도를 뛰어넘어 문화와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Q13.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가하시는 크리스천 CEO에게 전달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CEO가 아니기 때문에 위와 아래의 중간에서 조직을 바라보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면 기업 흥망이란 것이 보잘 것 없고, 헛되 보이기도 하며, 스쳐 지나가는 인간 군상의 몸부림일 수 있는데요, 저는 그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모형을 어떤 방식으로든 실천하고 대입하면서 부조리한 환경까지 마주해보며 바꿔가는 것이 재밌습니다.

인간은 연약하기 때문에 그 환경 시스템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나님 창조하신 창조세계가 망가지지 않습니다. 그 조직의 리더가 그만큼 환경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며 구성원의 삶과 사회가치를 책임질 때 하나님과 교감하는 맛이 생생해질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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