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훈 대표 "간호사를 간호한다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일, 약속한 일을 하는 거예요."
널핏, 제21회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간호사를 리스펙트하는 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
SNS 웹툰 '리딩널스'→신규 간호사 교육 어플리케이션 '널스노트'→ 간호사를 간호하는 브랜드 '널핏'
널핏, 간호사에게 힘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돈을 버는 일이 아닌, 간호사들에게 힘이 되는 가치 있는 일을 하자."
널핏은 '간호는 사람이 사람을 가장 존경할 수 있는 삶의 모습'(NURSING IS RESPECT)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며 간호사에게 적합한 제품과 콘텐츠로 '간호사를 간호'하는 간호용품 브랜드다.
간호사 출신인 오성훈 대표는 강도 높은 임상현장과 간호사의 숭고한 노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공감하고 있어, 간호사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간호에 대한 존경을 담아, 간호사에게 힘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간호의 가치를 전하는 선한 임팩트를 통해 세상을 건강하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오성훈 대표는 대학병원 외과병동 간호사 시절 '리딩널스'라는 간호사 공감툰(웹툰)을 연재하여 3만 명 이상의 팔로우를 모았다. 인플루언서라는 개념도 없었던 시절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매체라는 생각에 인스타그램을 선택하게 됐다.
“나랑 똑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자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글로 시작했는데, 인스타그램은 웹툰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와 아이패드랑 노트북을 사서 일단 부딪혀 봤어요. 우리를 통해서 누군가 위로를 받고 공감을 한다면 저는 좋은 영향을 준 거니까요.”
이어 오성훈 대표는 “‘죽고 싶어요. 이대로 못 버티겠어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메시지들과 고통받는 간호사분들의 현실들이 저한테 쏟아졌습니다. 그때 공감과 위로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며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신규 간호사부터 돕기 위해 '널스노트'를 창업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신규 간호사들의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간호 업무 표준화와 신규 간호사 이직률 감소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도 지금의 한국과 같은 과정을 겪었던 걸 생각하면 앞으로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언급한 오성훈 대표는 20년 뒤를 보고 일을 하고 있다며 간호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는 단순히 인력 수급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정책, 자금, 법적인 부분들이 얽히고설켜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널스노트는 수익 구조 문제로 3년 차에 위기를 맞았다. 오 대표는 봉사 정신과 기업가 사이의 딜레마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회사가 3, 4개월 뒤에 빚을 약 3억 정도 지고 망할 사이즈가 딱 나왔어요. 제가 IT에 문외한이다 보니까 개발 인력 컨트롤이 안 되더라고요. 너무 전문 영역이라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투자가 필연적인데, 그런 규모의 투자는 스타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의도는 좋았으나 이윤을 남기는 기업가가 아니라 그냥 봉사자의 마음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힌 거죠.” 이에 그는 심한 압박감 속에서 회사가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현실이 뒷받침되어야 했고, 그동안 돈을 벌면 죄책감이 느껴졌었다는 오성훈 대표는 생각을 바꿨다.
그는 “돈이 없을 때는 10만 원 100만 원 나가는 것에도 덜덜 떨잖아요. 근데 만약 우리가 10억, 100억 대 회사가 되면 더 많은 간호사분들을 도울 수 있고, 지역 사회와 의료 생태계에 흘려보낼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진짜 기업이구나, 우리가 돈을 벌면 벌수록 세상이 나아지는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구나라는 것을 3년 동안 기업을 운영하며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도와 선한 영향력을 행하겠다는 오성훈 대표의 미션은 간호사를 간호하는 브랜드 '널핏’으로 탄생했다. 간호사를 돕기 위해 개발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꿈을 이루었다는 그에게 성패는 중요치 않았다.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는 오 대표는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게 아니었고, 간호사를 돕는 선한 영향력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널핏에 실패는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수만 명에게 ‘간호사를 간호하겠다’라고 맹세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널핏이 처음 만든 압박스타킹은 3천 개가 이틀 만에 완판됐다. 시중에 사용되는 압박스타킹은 하지정맥류 환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오래 서서 장시간 근무하는 사람들에겐 적합하지 않았다. 가능한 인프라를 모두 가동하고, 공장 실사부터 애로사항 등 모든 제조 과정을 공유하며 최초의 널핏 압박스타킹이 만들어졌다. 오성훈 대표는 “저희는 처음 돈을 벌어본 거예요. '우리 회사 안 망한다. 3개월 뒤에 안 망한다'는 생각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죠. ”라며 어렵게 만든 제품이 완판되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자신감을 얻은 오성훈 대표는 지난 펀딩 후기들을 분석하며 압박력, 향기, 구조를 더욱 개선해서 2차 펀딩에 돌입했고 2억 원 달성에 성공했다. 이에 오성훈 대표는 “신규 간호사 때 동기들이 큰 힘이 되거든요. 널핏에게 널핏플은 동기 같은 느낌이에요. 함께 손잡고 같은 위치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앞장서서 세상을 바꿔 나가는 동기들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압박스타킹의 성공에 힘입어, 손·발목 보호대, 핸드크림까지 모든 수익을 재투자하며 8만 명의 간호사들과 함께 제품을 개발해 온 널핏은 2023년 4월 공동 개발단 널핏플 OBGY를 발족했다. OBGY의 뜻은 한마디로 산부인과(Obstetrics/Gynecology)로 서포터즈 같은 뻔한 이름이 아닌 간호사 다운 이름으로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분만실의 간호사들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널싱화'는 널핏플 OBGY와 만든 첫 제품이다. 오 대표는 간호사들의 가장 많은 니즈가 있었지만, 창립 초기에는 만들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신발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만든 5개 제품보다 신발 하나 만드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올해 5월 출시를 목표로 작년부터 간호사분들 7~8천 명 정도와 소통하면서 개발을 했거든요. 정말 세상에 없던 형태였어요. 통기성은 좋아야 하는데, 물은 통하면 안 되고. 아이러니한 거죠. 하루 종일 신어도 편해야 하는데 마냥 푹신하면 안 되고, 병원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아야 하는데, 신고 벗기 편해야 하는. 끈도 없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간호사들이 끈 묶을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라고 제품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최초의 널싱화는 운동화 형태였다. 통기성을 위해 메시 소재를 사용했고, 물이 통하지 않게 방수 코팅을 택했다. 비싼 기술들은 다 연구하면서 5월에 샘플을 만들었다. 주변 간호사들을 만나 샘플을 선보였지만 부정적인 날벼락 같은 피드백을 받게 됐다. 출시를 포기하면 재정적인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에 갈등했다고 말하는 오성훈 대표는 신발을 기다리고 있을 간호사들에게 떳떳하지 않은 신발을 줄 수 없었다. 그는 모든 걸 새로 갈아엎고 다시 세상에 없는 신발을 만들게 됐다.
재정적 리스크와 소재 및 형태 변경에 따른 출시일 지연 등 극심한 압박감이 든 오성훈 대표는 이런 고민까지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널핏플과 함께 나눴다.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지며 끝까지 해볼 자신감과 용기를 얻은 오성훈 대표는 처음부터 널핏의 성장을 지켜봐 주시고 같이 의논해 주신 분들이 있어서 혼자 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였기 때문에 지금의 모든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제품이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간호사를 돕는 진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었으니까요."라고 전했다.
널핏은 간호사에게 널싱화가 꼭 필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1) 간호사와 함께 만든 신발
2) 간호사가 간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신발
3) 전문가와 만들어 기술과 디자인 모두 뛰어난 신발
널핏은 오직 간호사를 위해 간호 환경에 포커싱하고 수만 명의 간호사와 함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니즈와 페인 포인트를 반영해 신발을 만들었다. 오 대표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제품과 서비스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는 소셜 파워를 가진 널핏을 통해 말하고 싶은 키워드는 '널스펙트'라고 했다.
“저는 간호사를 간호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결국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은 것이거든요. 앞으로 널핏은 널싱(Nursing)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문화와 인식을 바꾸고, 제도와 법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널핏의 방향성에는 한계가 없어요.”
오성훈 대표는 간호사를 리스펙트 하는 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 대표는 널핏이 생각하는 ‘간호사가 리스펙 받는 세상’에 대해 '간호사가 되고 싶은 세상'이 간호사가 리스펙 받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가족, 내 사랑하는 사람이 간호사를 했을 때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후 달라져 있을 국내 간호 환경을 꿈꾸며 달려가는 오성훈 대표는 그의 딸이 20년 뒤 간호사가 됐을 때 사용할 제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20년 뒤에 저희 딸이 진짜 간호사가 된다 했을 때, ‘이제는 좀 할 만할 거야. 너 진짜 가치 있는 직업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결국 문화가 바뀌고 현실이 바뀌어야겠죠. 그 일이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고 동참할 거예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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