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이라는 전제 조건이 없으면 쓰레기 없는 사회를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
무분별한 대량 생산, 판촉, 마케팅 제약 & '작은 조직' 지향
제로웨이스트 매장 간소화 & 기업·정부와의 활동 확장 중
'생애 주기'에서 '순환'의 가치를 충족한 제품 취급 "소비문화 회복 필요"
생활 기술 복원 위한 플랫폼 론칭 준비... 생활 기술 보급하고 삶에 정착시키려 한다
지난 1월 17일, 성동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피커 송경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피커는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국내 최초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며 ‘제로웨이스트’를 ‘무포장’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생애 주기’ 과정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자체적인 기준으로 ‘순환’ 가치를 평가해, 최대한 환경에 덜 영향이 가는 제품들만 취급한다.
이를 테면, 식재료는 ‘생산 과정에서의 물 사용량’을, 스테인리스 반찬통은 ‘생산 과정에서의 화학 성분 비율’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유통 과정에서 포장 있는 물건을 납품받아도, 협력 업체가 포장재를 수거하고 재활용한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피커만의 ‘순환’의 가치, 물건의 ‘생애 주기’, 조직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래는 더피커 송경호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주)더피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더피커는 어떤 회사입니까?
(주)더피커는 지난 2016년에 합정에서 시작했고,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분들이 ‘제로웨이스트’라는 주제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더피커가 갖고 있는 기준을 활용해서 외부 교육이나 프로젝트 같은 것들도 진행하고 있어요.
Q. (주)더피커 회사 이름의 뜻과 로고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더피커(thePicker)’라는 이름은 영단어 ‘pick’이라는 단어에서 착안했습니다. ‘pick’이라는 게 단순히 ‘집다’ ‘가르키다’라는 뜻도 있지만 ‘까다롭게 고르다’라는 뜻도 있어요.
저희는 포장 없이만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 유통 과정, 그리고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 사용하는 과정, 폐기하는 과정까지 관리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들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까다롭게 선정하고 제공해드린다’라는 의미로 ‘pick’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주)더피커’는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이지만, ‘생각해볼 수 있는 경험’ 같은 것들도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로고는 ‘더피커’를 그대로 영어 철자로 옮긴 ‘thePicker’에서, ‘e’와 ‘p’라는 철자를 붙여서 새싹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주)더피커’가 갖고 있는 친환경성과 생명력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Q. 대표님은 (주)더피커에서 주로 어떤 업무를 맡아서 하고 계십니까?
저는 ‘(주)더피커’를 창업한 만큼 관련 기획이나 운영, 그리고 대외 업무까지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획 부분을 주로 맡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밖의 업무들은 공동 대표님이나 직원분들과 적절하게 분담합니다.
저희는 ‘작은 조직’을 지향하고 있어서, 장점이자 단점이 “한 사람이 업무를 커버하는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점이죠.
Q. (주)더피커라는 회사를 설립하시기까지의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주)더피커를 창업하게 되셨습니까?
처음부터 창업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고, 오히려 소비자 권리 쪽에 관심이 많이 있었어요. 사실 쓰레기를 버린다는 행위 자체가 ‘뭔가를 소비하는 흐름’에 있는 행동 중 하나잖아요.
저는 소비자가 돈을 주고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를 샀는데도 불구하고, ‘포장을 벗겨내서 버리고, 정리하고, 세척하고, 또 분리 배출하고...’이런 노동 집약적인 부분들이 같이 생기는 게 되게 불편하다고 생각했어요. ‘포장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권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포장’과 ‘폐기’에 대한 권리를 위해 프로젝트성으로 기획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포장’과 폐기’ 관련 정보들을 알아본 결과, 액체는 용기에 담아야 한다던가 하는 제품 특성상의 문제와 같은 법적인 문제들이 굉장히 많이 얽혀 있어서 복잡하더라고요.
여기다 환경에 대한 문제들까지 맞닥뜨리게 됐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더라고요. 아직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많이 부각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리고 ‘쓰레기 폐기물’이라는 단어를 얘기하면, 일반적으로는 도덕 교과서에서 나오는 정도로만 생각을 하더라고요.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라’, ‘쓰레기를 잘 버려라’, ‘쓰레기를 버리면 나쁜 거다’ 정도로요.
그래서 ‘소비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소비 때문에 양산되는 폐기물 문제를 소비로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한 ‘쓰레기가 없는 걸 보여주면 되겠다’, ‘쓰레기 없이 사는 경험을 해 보면 되겠다’는 것들이 가장 직관적인 메시지로 다가올 거란 생각도 들어서, 이런저런 사례들을 참고하면서 제로웨이스트 샵을 구상하고 기획해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많지는 않았던 게, 저희가 활발하게 창업을 준비하던 2015년도에는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는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단어였거든요.
주요하게 참고했던 한 사례는 독일의 한 지역에 있는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라는 제로웨이스트 샵이었어요. 그 샵이 잠깐이지만 외신에도 나올 정도로 주목받았습니다.
그 샵에서는 포장 없이 판매를 했고, 그 지역의 소비자분들이 호응해 주더라고요.
다만 이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소비자 인식’, ‘환경 인식’ 등이 국가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제로웨이스트 샵’을 착안하고 기획했죠.
Q. (주)더피커는 어떤 가치를 사람들에게 주고 있습니까?
저희 자체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비자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가치는 ‘순환’이라는 가치입니다.
사실 아직도 ‘환경오염’이나 ‘환경 보호’라고 하면 ‘정부나 환경 관련 단체에서 해결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과정’들과 ‘생산자들이 생산하는 과정’들이 어떻게 회복되고 전환되느냐에 따라서 시장도 회복되고 전환될 수 있고, 그걸로 해결될 수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가 ‘폐기물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 분들에게 ‘순환’, 다른 말로는 ‘소비 문화 회복’이라는 가치를 주고 있는 거죠.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가 ‘무포장’이 아닌, ‘순환’과 같은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무엇을 판매하더라도, ‘순환’이라는 전제 조건이 없으면 ‘쓰레기 없는 사회에 관해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로웨이스트 샵’이라는 공간에서 소비자 분들이 ‘포장 없는(혹은 포장을 최소화한) 무언가를 샀다’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물건의 ‘생애 주기’에도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Q. (주)더피커에서는 물건의 ‘생애 주기’ 5단계를 점검한 후, 제로웨이스트 샵에 물건을 배치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생애 주기’가 무엇인지, 또 그 기준에 맞게 판매되고 있는 물건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더피커에서는 물건이 태어나서 죽는 전체적인 생계, 즉 ‘생산 과정’, ‘유통 과정’, ‘판매 과정’, ‘사용 과정’, ‘폐기 과정’들을 통틀어서 물건의 ‘생애 주기’라고 합니다.
모든 ‘생애 주기’의 기준에 딱 맞아 떨어져야지만 취급하는 건 아니고, 자체적인 기준으로 ‘순환’의 가치를 체크해서 그 기준에 충족된 것들이 제로웨이스트 샵에 놓여져 있어요.
친환경적인 제품들을 공급하거나 전시하고 싶다는 입점 제안들이 많이 오는데, 자체 기준 하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당연히 취급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아요.
특히 생산 과정에서는 환경을 이해했는데, ‘일회용품인데 소재가 친환경적’이라거나 혹은 환경을 크게 오염시키는 제품인데 ‘포장이 없다’는 것만 강조하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최근에 친환경, 제로웨이스트, ESG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취급할 제품들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는데, 기술적인 부분들이 정리가 안 되어 있다 보니까 이런 요청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기업/정부와 함께하는 활동을 늘린 게, 2018년도에 한국에서 있었던 ‘쓰레기 대란’이 기점이던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생긴 문제였는데, 쓰레기를 밖에 내놔도 수거 해 가지 않아서 계속 쌓여갔었어요.
그래서 소비자분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되었는데, 그 때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도가 사회적으로 많이 높아졌던 때였어요.
그 때 소비자분들의 인식은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문제가 아니었구나”라는 걸 체감하면서 앞으로 튀어나갔지만, 문제는 정책이나 기업 단위에서는 그 인식에 보조를 맞추면서 빠르게 견인되어 가고 있다는 거였죠.
저는 그 현상을 보고 ‘소비자들이 오는 매장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기업과 정책 단위로 이야기해야 할 것들도 가져가야 의미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때부터 활동 폭을 많이 넓히는 작업들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기업 단위로는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하거나 소재나 생산 과정에 대한 라이트한 컨설팅 같은 것들을 많이 하고, 정책 단위로는 환경부 정책에 관련한 자문위원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주)더피커의 직원은 현재 몇명입니까?
현재는 5명입니다. 사실 저희가 ‘제로웨이스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업인 만큼 생산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했고, ‘무분별한 대량 생산’을 한다던가, ‘판촉’, ‘마케팅’을 해서 소비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내부적으로 계속 제약을 걸기로 했어요.
저희가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무형의 콘텐츠들이 주요 비즈니스가 되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조직’을 지향하게 되었고, 직원은 아무리 많아도 10인 이하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주)더피커의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직원을 채용할 때 어떤 점들을 주로 봅니까?
보통 환경 운동이나 환경 관련 활동을 하셨던, 환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지원을 굉장히 많이 해 주세요.
하지만 저희는 ‘환경에 대한 관심도’보다는 ‘사회 문제들을 잘 엮어서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고 방식’이 정말 큰 역량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중점적으로 봅니다.
폐기물 문제를 바라보면서 노동 요건에 대한 부분들을 생각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당연하지만, 어떤 실무를 맡으시면 좋을지도 봅니다.
Q. (주)더피커의 회사 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주)더피커만의 특별한 조직문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10명 이하인 ’작은 조직’을 지향하다 보니까 가족 같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작은 조직’의 최장점 중 하나가 ‘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인데, 그래서 ‘업무에 이런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또한, 모든 직원 분들이 모든 일들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서로 ‘클래스 기획’을 제안하기도 하고, 함께 ‘클래스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고, ‘클래스 운영’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니고, 참여하시는 직원분들에게는 혜택을 드리고 있어요.
‘의외성 있는 것들’을 제공해드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업무 대체 요구가 ‘우리와 전혀 상관 없는 주제의 전시회를 보는 것’이라던가 하는 식이죠. 인사이트를 얻을 만한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제안하거나 물어볼 수 있고 그걸 직접 접할 수 있게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주)더피커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요즘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에 대한 관심은 많이 높아지긴 했는데, 우리는 아직 주류 소비와 거리가 있고 생소한 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 나가는 일이 되게 외로울 수도 있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창업을 시작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변화시키고 싶었던 대상’이 우리에게 먼저 제안을 주거나, 먼저 커뮤니케이션을 요청해 줄 때마다 기분 좋고 보람 있는 것 같아요.
특정 대기업에서 교육이나 체험 사례나 협업 사례 관련해서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 크게 놀랐습니다.
특히 뷰티 기업 쪽이랑 했던 협업 행사가 기억에 남는데요. 저희가 창업 초창기였는데도 하고 싶었던 교육들을 잘 할 수 있었고, ‘제로웨이스트’ 외에도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주최진 분들과 행사를 진행해서 정말 좋어요. 그래서 아직도 무게감 있게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Q. 반대로, (주)더피커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우셨던 점들은 무엇입니까? 그 부분들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참고할 수 있는 어떤 특정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들이 저희한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는 사업을 하다가 확장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제로웨이스트 샵’으로 시작한 건데, 이게 사회적으로 처음 보는 양식과 행동들이다 보니까 다들 생소해 하시거든요.
‘생소하다’는 게 “어 좀 생소한데…”같은 느낌이다 보니까 컨택을 할 때 ‘벽’이 있더라고요.
또 기업에서 ‘가치’를 추구할 때 “이왕이면 좋은 메시지가 있는 걸 사자!”라고 하면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데, 저희는 “‘포장’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갑자기 “포장 없이 살면 어때?”라는 말을 던져야 해요.
근데 ‘생산-유통-판매-사용-폐기’ 단계에 대해서도 설득해야 해요.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순환’ 인데, 전하는 과정이 호흡이 상당히 길다는 게 ‘벽’인 거죠.
그래서 어떠한 콘텐츠를 기획을 하든 어떤 제품들을 선보이든 혹은 어떤 행사를 하든, 이런저런 ‘벽’을 항상 인지하면서 운영을 하는 부분들이 저희에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해결하려고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애를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뭘 하든, 사용하는 표현이나 단어의 톤 같은 디테일한 부분들까지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벽’을 우리가 발돋움할 수 있는 단으로 만드는 게 좋으니까요. '벽’을 낮추는 장치들을 만들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 그 외에 법률적인 부분과 경영적인 부분들의 ‘벽’을 낮추는 것까지 고민하는 게 일상화가 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2016년도에는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얘기하면, 90% 정도는 ‘완전 처음 듣는 단어’라고 답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로서란트(그로서리(매장)와 레스토랑을 같이 결합한 형태)를 택했어요. 제로웨이스트 샵에서 판매하는 포장 없는 식재료를 활용해서 레스토랑까지 같이 운영한 거죠.
그 결과 식사하시다가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마주하거나, 옆에서 판매하고 있고 음식 안에 들어 있는 식재료를 마주하며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Q. 최근에 (주)더피커에서는, 기업을 상대로 제로웨이스트 컨설팅 사업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부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보통 기업 상대로는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더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컨설팅은 저희가 아직까지 사업 단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고, 요청에 의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무게감 있게 긴 시간 컨설팅을 진행하는 건 어렵기도 하고, 컨설팅이 주 업무가 아니다 보니 상황이 될 때만 라이트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일 많이 들어오는 요청들은 ‘기업의 가치 체계 정립’ 관련한 요청인 것 같습니다.
요즘 ‘제로웨이스트’라는 키워드가 각광을 받으면서 가치 체계도를 다시 정립하는 기업들이 좀 많이 있더라고요.
저희가 브랜딩과 운영하는 기준 같은 것들이 잘 연동되어 있는 게 좋다고 느끼셔서, 저희 사례를 참고하시거나, 자문을 얻으시거나, 직접적인 컨설팅을 받고 싶어하시는 사례들이 많고요.
그 다음으로는 ‘포장’ 관련이랑 ‘소재’ 관련된 요청이 제일 많아요.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포장을 줄이려고 한다’ 혹은 ‘기존 제품의 포장 소재를 바꾸고 싶다’같은 걸 고민하시더라고요.
Q. 현재 (주)더피커에서는 '수리'와 관련된 생활 기술 플랫폼을 론칭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플랫폼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로웨이스트랑 완전히 별도로 다른 내용들로 작업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지금은 “돈을 주고 물건을 구매한다”라는 방법으로만 내 삶의 필요를 해결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내 삶의 필요를 “내가 직접 만든다” 혹은 “고쳐 쓴다”로 해결하는 게 ‘생활 기술’입니다.
“어떠한 제품들을 내가 잘 고쳐서 오래 썼다”는 것도 쓰레기를 굉장히 많이 줄이고, 생산 과정의 환경 문제들을 쉽게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거든요.
그래서 생활 기술을 복원하기 위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가 확장되는 과정 중 하나로, 생활 기술을 보급하고 삶에 정착시키려는 겁니다.
생활 기술을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는 플랫폼을 준비 중에 있어요.
지금은 생활기술 클래스들을 경험해보는 걸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플랫폼 상품들을 더 정립하고 더 구체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궁극적으로 (주)더 피커가 어떠한 모습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향후 (주)더 피커의 비전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 저희는 아주 작더라도, ‘순환 경제’, ‘순환 사회’의 ‘완결성이 있는 사례’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기업에서 ‘가치’에 관한 활동을 한다고 하면, 특정 분야에 있어서 굉장히 획기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들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다루는 것들은 폐기물이나 소비 문화 같은 것들이다 보니까 ‘심각하다’라는 공감은 할 수 있지만, 사실상 거대 담론이잖아요.
이 안에서 “많은 파이를 우리가 바꿀 거야”라고 하는 것들은 ‘오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떨 때는 무포장 혹은 소재나 물성 같은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어떨 때는 굉장히 연극적인 콘텐츠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되게 뜬금없이 다른 이야기들을 한다”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희는 ‘완결성 있는 작은 사례’들을 던지고 있는 거죠.
저희는 완결성이 있으려면 ‘사이즈가 작아야 한다’라는 걸 많이 체감하고, 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사회 문제’라 하는 것들이 큰 물결로서 변화하는 것들도 좋지만, 작은 존재들이 밀도 있게 이 사회를 구성해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즈니스와 일터에서 일하는 경영자와 리더들을 위해 격려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지금 환경을 건드리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환경’이 워낙 쉽지 않은 분야다 보니까 ‘관심과 의지를 가지셨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멋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저는 ‘탄소’라는 화두에 대해서 다각도로 접근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 산업들 중에서 탄소를 제일 많이 발생시키는 산업들이 철강 산업이라고 알고 있는데, 탈탄소 철강이 나오더라고요.
”대단하다. 사람들이 마음 먹으면 이렇게까지 어렵고, 환경 조건이 잘 갖춰져야 이룰 수 있는 일도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높은 기술력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탈탄소를 이루어낼 수 없는 건가?”라는 반문도 들게 되더라고요.
지금 사회는 생산에 굉장히 많은 자본들이 돌아가고 있다 보니까, ‘탈탄소 제품을 생산하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는 해요. 그러니 탈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생각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생산 단계에서만 탈탄소를 고민하지 않고, 다른 단계에서도 탈탄소를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생산 단계에서는 ‘작은 조직’을 지향하고, 사용 단계에서는 ‘생활 기술’을 전파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도 ‘생산 없이 자본이 교환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고민을 해 보신다면, 더 속도감 있고 건강하게 탈탄소 사회로 전환되는 방법들에 대한 실마리들을 같이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이소미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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