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걸리던 한약을 5분만에, 한약 자동화 생산시스템 주목
소량화, 맞춤형으로 기존 한방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등장
기술력에 집중함으로, 자연스러운 B2B 시장 개척해
한방을 넘어서 제약산업의 표준시스템이 되는 것이 목표
“아날로그적이고, 노동집약적 방식의 한약조제시장을 해결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종종 한의원에서 한약을 처방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약은 한 번 지을 때 2주~1달 단위로 처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약재를 넣어 달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한 명의 한약을 달이기 위해서는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는 환자에게도 한의사에게도 가격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 이러한 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
카멜로테크 정원철 대표는 가족이 한의학계에 종사하여, 해당 산업의 문제점을 바로 옆에서 캐치할 수 있었다. 2년전 모 (한의과대학 연구실) 한 쪽 켠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했던 기술이 현재는 PoC(Proof of Concept)단계를 지나,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이 기기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방의료기관 현장에서는 혁신적인 비용절감과 시간단축으로 환호를 보내고 있다.
아래는 카멜로테크 정원철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카멜로테크와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카멜로테크 대표 정원철입니다. 카멜로테크는 한방의료기관에 시스템적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현재 한방의 경우 양방과는 달리 진료, 조제, 처방 전 과정을 병원 한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제한약을 제조하는데 있어서 아날로그적이고, 노동집약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여전히 많습니다. 카멜로테크는 이러한 점을 저희 기술과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설립되어졌습니다.
Q. 카멜로테크 이름 뜻과 창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카멜로테크 이름 뜻은 보완 대체 의학(Complementary Alternative Medicine)과 자동화 기술(Electronic tech.)이 합쳐진 이름입니다. 가족이 대부분 한방의학에 종사하고 있는 반면 저는 공대를 졸업하고 IT 기업을 다녔습니다. 해외 출장으로 실리콘 밸리를 방문했을 때 일본의 한의학인 ‘캄포’(Kampo)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본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되었죠.
캄포는 한국의 한의학과 처방이나 제약시스템이 비슷한데, 한국의 한의학과 달리 글로벌로 성장을 하고 투자 받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후 우연한 기회로 국내 원외탕전 시설(한방 의료기관 외부에 별도로 설치, 계약을 맺은 한의사 처방에 따라 한방약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설)을 방문하게 되었어요. 최첨단 탕전실이라고 하지만 30년 전 중국에서 개발한 탕약기를 그저 대량으로 설치 해놓고 생산하고 있었죠.
탕약기 한대로 200분을 달여야 1인분의 한약이 생산되는 상황에서, 탕약기를 세척하고 약을 포장하는 것까지 합치면 한 대 당 하루에 겨우 3인분의 한약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죠.
Q. 카멜로테크는 5분 만에 조제 한약을 만드는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재 기술력을 갖기까지 개발과정과 애로사항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이 기술을 전면에 내보인 시점은 2022년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개념 컨셉화를 통해 발표 할 수 있었어요. 이후 8개월 동안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여 23년 7월 코엑스에서 첫 시연회를 했습니다. 이때 이슈화가 많이 되었고, 이로 인해 투자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애로사항은 기존에 없었던 기술을 만드는 영역이다 보니 저희 팀원들은 해당 산업에서는 아무 경험 없이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파트 직원들이나 시스템파트 직원들 모두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이었기에, 이 회사에 와서도 응용력있게 금방금방 터득해줘서 지금까지 잘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카멜로테크는 어떤 가치로 설립이 됐으며 카멜로테크의 주요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입니까?
사실 현장에서 언급했던 문제가 눈에 보였던게 가장 컸습니다. 저 또한 직장생활을 하며 인생의 다음트랙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비즈니스가 돈이 되기 때문에 시작했기 보다는 ‘내가 풀 수 있는 문제 같은 데.’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어요. 내 주변 인프라나 사람들을 활용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에, 무슨 자신감인지 몰라도 정년이 보장된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마치 프린터복합기를 판매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프린터에도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소모품으로 잉크가 필요하잖아요. 저희는 잉크대신 한약재를 소모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는 한약재 원물을 공급하는게 아니라 한약재를 알약형태로 가공을 해서 플라스틱 카트리지에 담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한의사분들은 이를 장착하시기만 하면 돼요. 현재 전국에 한방병원이 2만 여 곳이 있는데, 각 병원마다 보통 1년에 소비되는 한약재 비용이 1억~1.7억 정도 소요가 됩니다. 이 중 절반만 저희 거래처가 되어도 저희는 비즈니스 모델로써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이죠.
Q. 대표님께선 “우리 비즈니스로 인해 산업 현장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지켜볼 때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을 해주셨습니다. 최근에 보람을 느꼈던 사례는 무엇이었습니까?
저희는 원래 이 기술로 원외탕전을 운영하려고 했습니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저희가 이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있던 연구실이 대학교한방병원내에 있다 보니 한의대생들과 임상교수님이 같이 공존해 있던 곳이었어요. 저희 장비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어느 날은 함께 있던 연구원들이 만들고 있던 보중익기탕을 눈앞에서 만든 기계로 만들어줬어요.
기존에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200분 동안 약을 달이고, 끝나면 통을 일일이 청소하고 했어야 했는데, 이 장비는 전자차트에 처방내용만 입력하면 소량으로 만들 수 있을 뿐더러 알아서 세척까지 하니까 이 소문이 교수님 귀까지 들어갔습니다. 교수님도 이 장비를 써 보시고 난 뒤, “이거 우리 병원에서 한번 써보고 싶네.”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B2B 영업이 되어버린 것이죠.
원래 한방의료기관은 환자가 10명이 방문하면 약을 권유했을 때 9분한테는 거절을 당한다고 합니다. 한약 자체가 너무 비싸다 보니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환자들은 거절하게 된다고 해요. 그런데 이 장비가 최소 제조량을 없애 버렸잖아요. 한두 팩부터 다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루, 이틀 치도 처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환자입장에서도 부담이 없고, 병원입장에서도 장비를 쓰고 나니, 자연스럽게 매출까지 올랐던 사례가 보람을 느끼게 해 줬습니다.
Q. 현재 직원 몇 명의 규모를 운영하고 계신지? 카멜로테크만의 특별한 조직문화가 있다면?
저희는 현재 13명 직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개발팀장의 경우 저와 친분이 있는데, 대기업 개발팀장으로 일하고 있다가, 저의 비전을 듣고 무보수로 퇴근하면 연구실로 와서 기술 개발하기를 9개월을 반복했어요.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제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잘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차마 오라고 할 수 없었죠. 근데 오히려 그 친구가 “네가 얘기를 계속 안 해서 그랬지, 어차피 결정은 내가 해.”라고 하면서 저희 회사로 와주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고마웠죠.
사실 이런 친구들이 오면 오너와 같은 마음으로 목숨을 걸어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왔다 보니 잘돼야 한다는 마음이 저랑 똑같은 마음이에요. 이 친구들도 보상은 둘째 치고 일단 잘 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더라고요. 제 입장에서 되게 고맙죠.
특별한 조직문화라 하면, 이 비전에 공감을 했던 것 같아요. 1차적으로 사업이라는 게 시장이 있어야 하고, 해외에서도 한약시장은 엄청 큰데 우리와 비슷한 시스템의 부재를 겪고 있다 보니, 직원들이 봐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은 거예요. 직원들도 그 지점이 매력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연봉이나 복지보다는 오히려 그런 쪽에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합니다
Q.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 영역 자체가 올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더욱 기존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일하기 좋은 문화를 도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일례로 공사를 구분하기 위해 카카오톡 대화를 금지하고, 슬랙&노션과 같은 툴을 도입했던 사례가 있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이를 좋아하고 있어요. 저 또한 인터뷰를 하고 다른 회사 대표님들과 네트워킹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잘되는 회사는 어떻게 일하는지를 계속 관찰하며, 좋은 사례를 도입하려는 욕심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자율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팀장들 사이에서 마찰이 생기거나 하는 경우에는 제가 직접 설득하거나 중재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요. 야근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저는 최대한 그에 합당한 휴가나 보상을 어떻게 해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연봉 또한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합류한 직원들이 많아 그에 합당한 수준에 맞춰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Q. 향후 카멜로테크의 비전과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문의 중 하나가, “카트리지에 들어가는 내용물이 비타민 C나 BCAA 같은 건강기능식품들이 될 수 있고, 잘 활용하면 환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데 왜 한방에만 제한을 두느냐.”라는 목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일단 저희가 1차적으로 천연물로 시작했고, 현재는 한방제약시스템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 한방을 넘어 약국까지 저희 시스템이 표준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일터에서 힘쓰고 계신 경영자와 리더분들께 격려와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경영자들은 전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팀원들에게 못하는 얘기도 많고, 다른 대표님들하고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가 공감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특히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대표님들이 그렇듯 처음 하는 사업이니까 실수를 할 수 있잖아요 .
저 또한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직원들에게 “나도 실수할 수 있어, 하지만 나도 두 번은 실수 안 할게.”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다 경험인 것 같아요. 경영하는 과정 가운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 거고 시행착오가 있을 거지만, 그 과정을 헤쳐 나가는 경영자분들에게 함께 힘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박양준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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